[여성의 창] 좋은 엄마 되기
2016-04-01 (금) 01:57:18
황선옥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참 좋아했다. 어린 아기들은 작고 귀엽고, 말을 배우는 둘째 아이 또래 아이들은 또 너무나 귀엽고, 말귀를 알아듣는 초등학생 아이들은 데리고 놀기가 더 재미있다. 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각종 카드 게임과 보드 게임을 즐겨 하곤 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한동네 유학생들을 종종 초대해서 게임을 했었다. 요즘은 제법 큰 첫째 아이랑 같이 보드 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가 있어지려는데, 둘째 아이의 방해로 늘 시간에 쫓기고 숨어서야 할 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닌 이후로는 거의 매일 “잡기 놀이(택)”를 하는 것을 지켜봤다. 베이스로 정한 가방을 잡으면 술래가 잡지 못하거나 타임아웃을 하는 등 자기네 나름대로 룰을 정하고 노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면서 큰 아이가 친구들과 잡기놀이를 하길래, 같이 뛰던 둘째 아이를 따라 다니다 나도 어쩌다 같이 잡기놀이를 하게 되었다. 아이 친구들은 어른이 같이 뛰어놀며 자기네와 게임을 같이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나만 술래로 만드려고 했다. 그 이후에도 며칠을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이랑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어느 날 큰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서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엄마, 엄마 이제 우리랑 같이 잡기 놀이 안하면 안돼요? 좀 이상해요... 어른이 아이들이랑 같이 뛰어다니며 노니까. 다른 엄마들도 같이 하면 모르겠는데, 어른은 엄마만 하니까 안하면 좋겠어요."
헉... 가슴이 철렁 했다. 나는 나름 눈높이를 맞추어서 힘들어도 같이 놀아주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가 받아들인 느낌은 또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섬세한 감정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내 생각만 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는데 역시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고,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아무리 노력해도 어른의 것이다. 예전에는 막연히 친구같은 엄마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아이에게 있어서 친구는 친구이고, 엄마는 어른으로서 또 다른 버팀목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참 어렵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 그래도 매일 같이 이 부족한 엄마를 사랑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다. 엄마가 되면서 무한한 사랑을 줄 생각만 했지, 이렇게 아이들에게서 더 큰 순수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준비는 미처 하지 못했기에 더욱 고맙다.
<황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