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희망은 단하나, 세계여행이었다. 그러나 여러번 다짐했건만 세계여행은커녕 미국 50개주 중 오레건, 워싱턴, 네바다, 애리조나주 등 4개 주밖에 못가봤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바쁘게 살다보니 나를 위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같다. 뜻대로 되지 않은 현실만 탓해왔다.
난 해마다 한국에 가야 할 의무를 느낀다. 연세 많은 어머니를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이다. 봄이 되면 어머니가 캘리포니아 우리집으로 오시지만 나도 가을마다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나간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자주 찾아뵙는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 자연히 꿈만 꿔오던 세계여행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나에게 마치 밀린 숙제와 같다.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같은 부담감이 자리해 있다.
그런데 늘 생각에만 그쳤던 설레는 여행을 드디어 할 기회가 왔다. 지난해 겨울방학 때 가까운 나라 멕시코로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멕시코 로스 카보스(Los Cabos) 관광도시로 몰디브, 피지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떠나기 전날 설레는 마음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 햇살도 다르고, 바람도 다른 곳에서의 여행에 최고로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설렘, 두근거림이 나를 에워쌌다. 또 힘든 세상살이와 역경에 지친 내 심신을 회복시켜줄 것이라는 욕심도 부렸다.
처음 가는 세계여행이지만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서 쩔쩔매는 일은 없었다. 3박4일이 얼마나 빨리 갔는지 모른다. 미지의 세계에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되었다.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라스카토스 주민들은 순박하고 선량했다. 가고 싶은 곳,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이룬 최고의 여행이었다. 내 인생에 대단한 에너지가 쏟아났고, 설렘을 충분히 채워준 값진 여행이었다.
변화를 갈망하거나 인생의 목표를 잃었다면, 또 모든 것이 짜증스럽기만 하다면, 일상의 피로에 지쳐있다면 여행을 떠나보라. 인생의 새 활력소를 얻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또 모든 것에 감사함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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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