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인류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바둑 천재가 인공지능 컴퓨터한테 네번이나 패배하는 걸 보니 특이점(Singularity)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명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에 따르면 알파고의 승리는 “가까운 미래 2개의 중요한 시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커즈와일이 말하는 2개의 중요한 시점은 2029년과 2045년인데 “2029년에는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까지 느끼는 존재가 탄생해 인류와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시대가 된다”고 하고, 이어서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의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 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이, 즉 특이점이 온다”고 한다. 그는 특이점 이후에는 지금 인류와 다른 ‘포스트 휴먼’이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특이점 시대가 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들인 딥블루(체스), 왓슨(퀴즈), 알파고(바둑)의 잇단 승리로 인해 우리가 지금 특이점 시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럼, 특이점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컴퓨터로 예를 들자면, 처음에 컴퓨터는 사람이 일일이 설계하고 붙이고 납땜하여 제작하였지만 현재는 사람이 설계만 하면 컴퓨터가 직접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특이점 시대에는 컴퓨터가 자기보다 발달된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제작할 것이며 그 인공지능은 또한 자기보다 더 높은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생산할 것이다. 그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고 가정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인류로서는 상상도 못할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개발될 것이다. 이 진화될 대로 진화될 기술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생명체는 과연 누구일까/무엇일까?

영국의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마법 속의 세상에서 살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공포스런 마법일지 이상적인 마법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