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인종차별을 감수하면서 올림픽에 참가
▶ 베를린 올림픽 80주년 기념 개봉 작품
손기정이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달려 마라톤에서 우승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100m 경주 등 4종목 금메달을 따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려던 히틀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놓았던 미국의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의 전기영화다.
파란만장한 오웬스의 삶에서 그가 오하이오 주립대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온갖 인종차별을 감수하면서 달리기에 전념하는 결의와 함께 오웬스의 올림픽참가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를 극복하고 이룬 인간 승리담으로 영화가 너무 미화된 감이 있지만 말끔하게 잘 만들어진 흥미 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전기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면서 일종의 언더독의 승리처럼 처리했는데 전반적으로 모범답안 같아 강렬한 충격이나 감동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연기와 현지에서 찍은 촬영과 세트 등 여러 모로 모양새 좋은 작품으로 보고 즐기기에 족하다.
오웬스(스테판 제임스가 호연한다)는 달리기를 잘해 경제공황 시대 부모의 큰 기대 속에 오하이오 주립대에 들어가는데 주위의 인종차별 속에서도 용기와 결단력과 인내로 이를 참으면서 오직 자신의 최고 최선에만 매어 달린다. 그를 적극 응원하는 것이 애인 루스 솔로몬(샤니스 밴턴)으로 둘 사이에는 어린 딸이 있다. 오웬스는 대학의 육상코치이자 후에 친구 같이된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수데이키스)의 밀어붙이는 식의 지도하에 실력이 일취월장하는데 이로 인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
한편 제레마이아 마호니(윌리엄 허트)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히틀러에 반대해 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주장하나 막강한 힘을 지닌 사업가 에이버리 브런디지위원(제레미 아이언즈)의 참가 주장이 위원회 투표에서 통과된다.
이와 함께 전미 흑인지위향상협회 측은 인종차별에 항의, 오웬스에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나 오웬스는 이를 거절한다.
베를린에 온 오웬스는 새삼 인종적 정치적 문제의 초점이 되는데 이는 베를린 올림픽을 아리안족의 육체적 지적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수단으로 삼은 히틀러의 의도 탓이다. 히틀러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은 다 흑인을 짐승처럼 여겼는데 그래서 히틀러는 관례를 어기고 금메달리스트인 오웬스와의 악수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일찍 떠난다.
오웬스의 우수성에 각광을 비춘 것은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여류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카리스 반 후텐)의 카메라다.
레니는 ‘올림피아’라는 기록영화를 찍으면서 오웬스의 100m 달리기에서의 준비과 정과 스타트 및 전속 질주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그를 마치 초인처럼 전 세계에 보여준다(2부로 된 ‘올림피아’는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기록영화로 평가받는다). 오웬스가 승리할 때마다 불쾌한 표정을 짓는 히틀러의 모습이 재미있다.
영화는 오웬스의 영광으로 끝나고 그가 미 아마추어 육상위원회로부터 제명당한것을 비롯해 올림픽 후에 겪은 다사다난한 어두운 사실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베를린 올림픽 80주년을 기념해 개봉된다. 스티븐 합킨스 감독. PG-13. Focu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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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