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소외된 아나로그 지성

2016-02-18 (목) 03:05:49 양 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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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문 중에 ‘7080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중 장년의 콘서트로 매우 인기가 높다. 인터넷으로만 신청하며 추첨하여 방청권을 얻게 된다. 진행자가 하는 말이 ‘신청자의 나이는 거의 10대 20대인데, 방청객 중엔 10대 20대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 자녀들에게 부탁하여 방청권을 신청하기 때문이다.

고속터미널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일표 구입 창구에 선 긴 줄에는 구부정한 채 짐을 든 어르신들 뿐이었다. 몇몇 도우미들이 터치 스크린 부스에서 표 구입을 도와 주고 있었지만,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자리는 남은 뒷좌석뿐이었다. 컴퓨터로 승차권 예매를 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딸이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고 한다. 인터넷 블로그에 나온 요리사의 레시피를 따라한다는 것이다. 그건 내가 익히 잘 하는 요리지만 젊은 애들은 엄마나 어른에게 물어 보지 않는다. 옆에서 몇 마디 거들며 “간장을 넣지 말고 소금 간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어도 “여기에 간장 넣으라고 쓰여 있다”며 간장을 부어 버린다. 엄마보다는 인터넷 조회수를 신뢰하는 것이다.


식탁에 앉은 아이들은 틈틈이 손가락이 바쁘다. 그 놀라운 속도는 과히 묘기대행진 프로에 갈 만한 수준이다. 함께 대화를 하여도 인터넷에서 쓰는 단축어를 이해하기 힘들다. 자기 들은 웃고 공감이 가는 일인 듯한데.... 그중 나도 아는 게 있으면. “ 엄마도 이걸 안다?”고 박장대소를 한다.

아는 것이 비 정상적이고 몰라야 더 정상이다. 모처럼 옷을 하나 샀다. 자랑삼아 아이들에게 보여 주자 마자 핀잔 섞인 혹평. 이제는 물건을 사기 전에 자기들에게 먼저 얘기하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쿠폰을 이용해 사면, 훨씬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할인 쿠폰은 주로 인터넷에 뜨니까...

졸지에 바보가 된 것은 또 있다. 겨우 익힐 만하면 새로운 전화기가 나오고 유전자가 다르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금방 보면 하는 것을 우린 더디게 하게 된다. 좀더 질문하면 “이것만 누르고 다른 것은 손 대지 말라고 한다”. 기능도 모르는 로고 위로 우리가 살아왔던 지식들은 꼬리 찾기도 힘들다. 어른을 통해 배우고 체험으로 익혀 온 부모시대의 유산은 이제 소용없는 것인가 !

<양 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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