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정화 칼럼] From a Distance / 멀리서 [2]

2015-11-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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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

신(神)께서 우릴 지켜보시네. 신께서 우릴 지켜보시네. 신께서 멀리서 우릴 지켜보시네.

북가주 가뭄에 모처럼 단비가 내립니다. 새벽 동틀무렵 동네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새벽 소나기가 제법 굵게 차창을 때리네요. 종종걸음으로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듭니다. 흠칫 차갑게 느껴지는 빗물에 비해 물속은 미지근하게 쾌적합니다. 물속을 오가며 성호경(聖號經)을 되뇌입니다.


In the name of the Father, and of the Son, and of the Holy Spirit, Amen. 그게 답니다. 따로 길게 외우지 않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 짧은 기도와 함께 물속을 오가며 리듬을 탑니다. 약간 지루해지면 옛날 조금 배운 불어 실력도 가미합니다. Au nom du Père et du Fils et du Saint-Esprit. Amen. 오농뒤뻬르 에뒤퓌스 에뒤쌩떼스프리 아멘.

물 위로 빗살이 제법 세게 떨어집니다. 흡사 태평양 바다 위에 떠있는 기분도 드네요. 헤엄기도가 끝날 무렵 잠시 뒤로 누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뿌연 하늘 저 뒷편으로 은근한 노랑이 번져있습니다. 무지개가 뒤에 숨었군요. 누워 배영하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눈코입 안으로 받습니다. 거의 무취한 맛입니다. 바로 그때, Bette Midler(배트 미들러)의 노래가 귓속에 들립니다. 라는 제목이던가요.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

신(神)께서 우릴 지켜보시네. 신께서 우릴 지켜보시네. 신께서 멀리서 우릴 지켜보시네.

물속의 내가 하늘을 치켜 보는데, 홀연 하늘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네요. 배트 미들러의 노래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From a distance the world looks blue and green, and the snow-capped mountains white.” 멀리서 보면 지구는 푸르고 초록이네 / 산들이 하얗게 눈덮혔네. “From a distance the ocean meets the stream, and the eagle takes to flight." 멀리서 보면 바다와 강이 만나고 / 독수리가 나르네.

"From a distance, there is harmony, and it echoes through the land. It’s the voice of hope, it’s the voice of peace, it’s the voice of every man."

멀리서 보면 조화가 세상 속에 메아리치네. 그건 희망의 소리, 평화의 소리, 모든 사람의 소리. 그렇게 부르는 서경(敍景)의 노랫말에 이어집니다.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지지고 볶는 인생살이가 온통 혼란스럽게 보여도, 서로 총질하며 싸우고 죽이는 몰골들이 흉하기 짝이 없더라도, 굶어죽고 병들어 죽는 모습들이 측은할 뿐인 세상살이라 해도, ...... "멀리서 보면 [From a Distance]," 그런대로 어떤 조화 속에 진행 중이라네. "From a distance we are instruments marching in a common band." 멀리서 보면, 우린 모두 한 밴드 안에서 행진하는 악기들이라네. 우린 결코 섬들이 아니라네. No man is an island!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

신(神)께서 우릴 지켜보시네. 신께서 우릴 지켜보시네. 신께서 멀리서 우릴 지켜보시네.

멀리서, 우릴 지켜보시는 분이 계시답니다. 멀리서, 은근히 지켜보시는 그 눈길이 있다네요. 안에서 볶닥거리는 지구촌 세상살이란 것도 그저 "멀리서 보면 [From a Distance]" 나름 조화의 메아리 속에서 진행중이라네요. 그렇게 지켜보는 그분의 속내를 감지할 수 있는 영성은 꽤 높은 영성(靈性)이요 거룩하게 구별된 영성!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

구수하고 꾸밈없는 가창력의 노랫꾼이요 또한 발군의 연기력으로 은막에도 낯설지 않은 사람 Bette Midler(배트 미들러)의 노래가 여전히 귓가에 쟁쟁한 가운데 데 물속에서 나옵니다. 마지막 세번 맺음 성호경(聖號經)을 외웁니다.

In the name of the Father, and of the Son, and of the Holy Spirit, Amen. 선뜻 물밖으로 나서니 곧바로 노래도 멈춥니다 – 다만 여운으로 남은 채.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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