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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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한편에 생명 걸때 교회 개혁 희망”

2015-09-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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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서 강연회 및 포럼 연 강만원 종교 칼럼니스트

“교회는 예수님의 것”
목사의 교회 사유화 비판
평신도 리더의 역할 강조

본업은 작가이자 번역가이지만 변질돼 가는 교회를 향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서늘한’ 글들을 자주 발표해 잘 알려진 강만원(사진) 씨가 워싱턴에서 27일 강연을 했다.
위튼커뮤니티교회에서 열린 행사의 주최 단체는 ‘미주한인교회정화운동협의회’와 뉴스엠닷컴, 크리스찬모니터닷넷 등 미주 인터넷 기독 언론들. 내용은 ‘교회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두 시간 동안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열심히 듣는 참석자들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고 말하는 강 씨는 강연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기독교 신앙의 근본인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특히 목회자는 CEO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종으로서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원론적으로 반론이 있을 수 없는 이 전제들의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는 목회 현장에 시스템적으로 적용할 때 나타난다. 한 교회의 담임인 목사가 설교, 성경 훈련 등 말씀 사역에 자신의 역할을 국한시키고 행정 등 제반 교회 업무를 평신도 리더들에게 위임하는 구조 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직면할 때다.
강 씨는 “목사 직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이에 따른 사역의 과감한 나눔이 극히 어려운 것은 교회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태복음 16장에서 예수는 베드로에게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다. 요한복음 21장에서 예수님은 ‘내 양을 먹이라’고 베드로에게 명하셨다. 그 교회는 그러나 제왕적 목회자가 통치하는 교회, 사제의 교회, 교황 교회로 변질됐고 ‘자기 양들 위에 목회자가 군림하는’ 꼴이 됐다. 어느 교회든 하나님의 말씀을 우선한다고 하지만 많은 교회들의 실제 모습과 운영 시스템은 그런 구조다. 죄 사함의 은혜는 어느 신자든 누릴 수 있으나 그 열쇠를 한 목회자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목사의 성직주의 강화는 성경의 왜곡된 해석과 탐욕 때문이라고 강 씨는 단언한다. 그래서한 목회자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를 멈추고 교회를 진짜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결국 극단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주님의 양들을 맡은 목사가 거짓 주인 행세를 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권력욕, 소유욕을 제어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교회 행정과 일반 사무, 그중에서도 재정 운영 및 인사에 관한 업무를 내려놓는 일이다. 그것은 목회자의 권위 약화와 리더십 혼란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작업이다.
강 씨는 21세기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존 맥아더 목사를 예로 들었다. 스스로를 ‘Teaching Pastor(설교 전담 목사)‘로 부르는 맥아더 목사는 “30분의 설교를 위해 최소 20시간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말씀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사역에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그런 목사가 ‘당회장’에 집착하고, 건축에 열을 올리고, 성도와 헌금 늘리는 일에 신경 쓰다 보면 교회는 조금씩 병들어갈 위험에 처하게 된다.
강 씨는 “에베소서 4장에 언급된 교회에 주어진 직분 가운데 ‘목사와 교사’를 하나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대 교회에서) 한 리더가 양을 키우고 보살피면서 동시에 말씀에 집중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며 “목사가 한 편의 설교에 생명을 걸 수 있도록 온 교회가 돕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경이 말하는 완전한 표본으로 강 씨가 제시하는 ‘아르케 쳐치(Arche Church·원형교회)’가 실현이 안되는 것은 그러므로 목회자 일방의 책임은 아니다. 목사에게 잘못 배운 탓도 있지만 타성에 젖어 관습과 전통에 의지하고 성직자주의를 조장하는 성도들에게도 책임은 돌아간다.
강 씨는 “표절 시비로 징계를 받았던 한국 모 대형교회의 목사를 성도들의 95%가 다시 지지하고 무조건 따르는 모습은 한국교회의 영적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천국은 침노하는 자가 차지한다는 말씀처럼 먼저 깨달은 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아르케 쳐치의 첫 모델은 한국보다 미주한인교회정화운동협의회(대표 김영철 박사)등의 단체들이 교회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에서 먼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강만원 씨는
성균관대학교와 프랑스 아미엥 대학에서 공부한 강 씨는 박사과정에서 텍스트 분석의 새로운 방법론인 문체론을 전공했다. 이 문체론의 분석 방법을 통해 성경의 심층 메시지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종교, 철학 부문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다. ‘당신의 성경을 버려라’ ‘성경의 문맥’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등의 저서가 있고 ‘단순한 열정’ ‘프리다 칼로’ ‘신이 된 예수’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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