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폴 뉴만)는 도덕성을 상실한 인간 지스러기다.
[허드 (Hud·1963) ★★★★★]
텍사스 목장주 날건달 아들의 도덕적 타락과 옛 서부가 지녔던 이상의 소멸을 우울하고 절망적이면서도 강렬하게 그린 이색 서부영화로 썩을 대로 썩은 허드 역을 신랄하고 오만방자하게 보여주는 폴 뉴만의 연기가 신기에 이른 작품이다.
원작은 웨스턴 작가 래리 맥머트리의 ‘말 탄 사람, 사라져 가다’. 벌거벗은 탐욕과 전통적 가치관의 충돌을 그린 이 작품에서 허드는 한 줌의 체면도 없는 인간 지스러기요 나쁜 놈인데도 매력적인 것은 오로지 뉴만의 연기 탓이다.
반면 허드의 아버지 호머(멜빈 더글러스-오스카 조연상 수상)는 예의와 체면을 존중하는 도덕적인 사람으로 허드를 인간 취급하질 않는다.
그런데 영화는 비도덕적인 허드 보다는 오히려 양심적인 호머를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허드와 호머 사이에 있는 것이 허드의 10대난 조카 론(브랜든 디 와일드-‘셰인’의 조이). 론은 허드를 영웅으로 숭배한다. 네 번째 인물이 허드의 동물적 흡인력에 말려든 이집의 가정부 알마(패트리샤 닐-오스카 주연상 수상). 피곤한 모습이면서도 원시적인 성적 매력이 가득한 알마가 욕망이 가득한 눈길로 허드를 바라보는 모습이 체념적이다. 허드와 알마가 서로를 짐승처럼 원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교류를 미룬 채 욕망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긴장감 있다.
호머는 전염병에 걸린 소떼들을 몰살한 뒤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허드의 잔인하고 냉정한 비인간성에 혐오감을 느낀 알마도 떠난다.
그리고 론도 허드에게 “너는 공연히 으스대기나 하는 지스러기같은 인간”이라고 내뱉은 뒤 역시 집을 떠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허드에게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손에 집어든 맥주깡통의 마개를 딴 허드가 세상을 비웃으며 덧문을 요란하게 닫으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뛰어난 흑백촬영으로 제임스 웡하우가 오스카상을 받았다. 감독은 샐리 필드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노마 레이’를 연출한 마틴 릿.
[허슬러 (The Hustler·1961) ★★★★★]
떠돌이 당구 도박사 패스트 에디펠슨(폴 뉴만)과 그가 도전하는 전설적인 당구 챔피언 미네소 타 패츠(재키 글리슨) 간의 긴장 가득한 대결을 그린 흑백영화. 침침한 당구장 안에서의 대결이 마치 서부시대 건맨들의 그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파이퍼 로리와 조지 C. 스캇 공연. 오스카 촬영상. 이 영화의 속편으로 마틴 스코르세지가 감독하고 뉴만과 탐 크루즈가 공연한 ‘돈의 색깔’(1986)로 뒤늦게 뉴만이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25일과 26일.
뉴베벌리시네마(7165 Beverly Blvd. 323-938-4038) 동시상영.
* 영화평은 필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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