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커뮤니티, 함께 치유해 가야”

2015-09-12 (토)
크게 작게

▶ 큰 아픔 겪은‘안나산기도원’ 원장 문석호 목사

지난 7월 조울증을 앓던 한인 청년이 휘두른 칼에 맞아 한 장로가 사망하고 부인이 큰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던 안나산 기도원의 2대 원장 문석호 목사가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인사회에서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 받고 심신을 새롭게 하는 장소로 인식되는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충격은 컸고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끔찍한 일을 뒷수습해야 하는 책임을 맡았던 문석호 목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문 목사는 그러나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관심과 위로를 보여줬다”며 “피해를 입은 가족도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밝히는 분위기 속에서 지금은 정상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또 문 목사는 “각 신앙인들이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통해 소명을 향해 나아가도록 안나산 기도원이 지역교회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뉴욕 효신장로교회 담임이기도 한 문 목사와 이메일로 안나산 기도원의 그간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 비전 등을 나눴다.<이병한 기자>


▲ 안나산 기도원에 이경숙 초대원장의 뒤를 이어 2대 원장으로 부임한 계기는.
-오래 전부터 기도원 사역에 관심이 있었다. 기도원은 새로운 믿음의 결단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신앙인들은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새로운 자아상을 만들어간다.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와 공동체적인 삶의 기회를 얻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도원 이사들과 나의 관심을 많이 나눴다. 지금까지 안나산 기도원이 유지, 관리되는 동안 미흡한 면이 많았겠지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 운동, 그리고 각 개인이 기도와 말씀으로 회복되는 장소로 사용돼왔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 얼마 전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을 기도원 가족들이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아주 가슴 아픈 일이었다. 가정과 사회에서 극도의 어려움을 당한 청년의 비극적인 생각과 태도가 극단의 행동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
다만 그 사건이 기도원에서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관심이 컸고 많은 분들이 염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사회 속에 깊이 도사린 현대의 커다란 질병의 문제였고 이것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겠는가를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청년이 대책 없이 방치돼 사건이 발생했다는 전문가적인 지적도 있다.
-정신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람이 기도원에 그냥 맡겨져 문제 발생의 소지가 됐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기에 덧붙여 정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기도원에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일일이 검토해 가부를 판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무언가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개인 신상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안전 조치는 있어야 한다.

▲ 안나산 기도원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사건이 난 직후 사람들이 기도원 출입을 꺼렸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다행히 기도원이 정상을 회복했다. 피해를 입은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밝히고 오히려 기도원을 염려해줬다.
기도원 근처에 살고 있는 많은 미국인들이 위로와 격려를 전해왔고 적지 않은 분들이 전화나 방문으로 관심을 표명해 주셨다. 어떤 목회자는 직접 성도들을 이끌고 와서 “이럴 때 더 관심을 갖고 기도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련회를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도 만난 사람을 치유하고자 했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심정으로 느껴졌다. 기도원 가족들이 위축될까봐 찾아와 음식을 나누는 분들도 있었다.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 어려움을 이겨낸 안나산 기도원의 향후 계획, 비전을 듣고 싶다.
-앞에 설명한 기도원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바탕으로 운영해 가려 한다. 영적인 휴식 장소, 공동체 생활을 통해 공동의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곳, 말씀과 기도를 통한 영적 치유의 장소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일을 잘 감당하려면 여러 교회들의 정성어린 기도와 후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치유하는 ‘공동의 선’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본다. 기도원의 역할과 기능, 보다 효과적으로 장소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 등은 재정과 인적 자원이 확보되는 대로 차근차근히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다.

▲ 한인교계, 지역 한인 크리스천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애착을 갖고 자주 방문해 주시고 조언을 해주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크리스천들은 성경이 말하는 대로 아름답고 성숙한 인격을 이뤄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또 기도원을 통해 각 성도들이 섬기는 교회와 자신의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훈련 받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기도원은 기도원대로, 각 교회들은 교회들대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각 성도들이 이곳에서 신앙의 부흥을 일으키고 그 뜨거움으로 섬기는 교회에서 헌신하는 날을 희망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