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TV시리즈 영화화
▶ 맥빠진 코믹물 그쳐 아쉬움
나폴레옹 솔로(왼쪽)와 일리아 쿠리아킨 역의 헨리 캐빌과 아미 해머.
[맨 프롬 U.N.C.L.E. (The Man from Uncle) ★★½(5개 만점)]
코믹한 기운을 지닌 스파이 액션 버디영화 치곤 우습지도 신나지도 또 박력과 스릴도 없고 두 주연 배우 간의 화학작용도 미적지근하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었는데 그 기분이 딱 맞아 떨어진 무기력하고 심심한 영화다.
이 영화는 다분히 아이들 장난 같았지만 멋있는 1960년대 인기 동명 TV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냉전시대 미CIA 스파이 나폴레옹 솔로(로버트 본)와 소련 KGB 스파이 일리아 쿠리아킨(데이빗 맥컬럼)이 사상과 이념을 잠시 접어두고 서로 손을 잡고 세계를 말아 먹으려는 사악한 집단을 상대로 싸우는 내용이었다.
시리즈의 매력은 특히 바람둥이 솔로와 고지식한 쿠리아킨의 절묘한 콤비네이션이었는데 이 번에 큰 돈을 들여 세계를 돌면서 찍은 이 영화에서는 덩지가 큰 두 배우 헨리 캐빌과 아미 해머가 각기 솔로와 쿠리아킨으로 나와 시리즈 흉내를 내지만 영 둘 간에 화학작용이 일어나질 않고 물에 기름 뜨듯하고 있다.
영화를 감독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쓴 가이 리치(마돈나의 전 남편)는 신판 ‘셜록 홈즈’를 만든 영국 감독인데 그의 연출솜씨는 세련미가 결핍된 밀어붙이는 식.
이 영화도 극적인 부분과 액션 그리고 로맨스와 코믹한 면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는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들었음에 분명한데 흥행에 크게 성공할 것 같지가 않다. 그렇게 되면 이 영화는 ‘론 레인저’에 이어 사람 좋은 아미 해머(미 거부 해머가문의 일원으로 해머 뮤지엄은 LA의 윌셔와 웨스트우드 코너에 있다)의 두 번째 스튜디오 실패작이 되는 셈이다.
솔로와 쿠리아킨은 한 밤에 소련이 관할하는 동베를린에서 서로 차를 타고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소개된다. 둘이 공동으로 노리는 목표는 자동차 정비공장의 눈부시게 예쁜 미캐닉 개비(‘엑스 마키나’의 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더). 개비의 아버지는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로켓 제조자로 최근 실종됐는데 우도를 찾아내기 위한 미끼가 개비.
개비를 먼저 손에 넣은 것이 솔로로 그를 미행하던 쿠리아킨과 솔로 간에 좁은 골목길에서 맹렬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코믹 터치를 가미한 이 상투적인 추격전에서부터 이 영화가 앞으로 제대로 길을 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감을 잡게 된다.
여하튼 평소 같았으면 서슴지 않고 서로를 죽일 솔로와 쿠리아킨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개비를 데리고 오월동주 식으로 우도를 찾아 나선다. 딸을 오래 못 본 우도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영화의 대부분은 로마에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우도가 고안한 로켓이 사악한 집단의 손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 솔로와 쿠리아킨의 임무.
로켓을 노리는 악인으로 늘씬한 팔등신 미녀 엘리자베스 데비키(‘위대한 개츠비’에서 호연을 했다)가 나오고 U.N.C.L.E.의 팀장으로 휴 그랜트가 나오는데 그랜트가 몹시 어색한 연기를 한다.
영화는 U.N.C.L.E.의 시작을 통보하면서 끝이 나는데 속편이 나올 만큼 이 영화가 호응을 받을지 의문이다.
PG-13.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