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 살인극의 두 주인공 요부 필리스(왼쪽)와 보험외판원 월터.
■ 빌리 와일더 감독의 고전걸작 2편
[이중배상 (Double Indemnity) ★★★★★(5개 만점)]
얼음장처럼 차갑게 아름다운 요부가 돈과 욕정에 눈이 멀어 외간남자를 유혹해자기 남편을 살해하는 치정극으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1954년 작이다. 역대 최고의 필름느와르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유명 범죄소설 작가 제임스 M. 케인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원작으로 와일더와 또 다른 유명 범죄소설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우체부는 항상 벨을 두번 누른다’)가 함께 각색했다.
빙하의 냉기 속에 불길의 열기를 간직한 살인에 관한 어두운 걸작으로 연기, 각본, 연출, 흑백촬영 및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에누리 없이 사실적이다.
자기 정부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보험회사 세일즈맨 월터(프레드 맥머리)가 어둠이 깔린 LA 거리를 거칠게 차를 몰아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월터가 자기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녹음기에 자신의 범죄 사실을 고백하면서 얘기는 플래시백으로 진행된다.
월터는 어느 날 보험을 팔러 LA 북쪽 로스펠리츠의 한 집에 들렀다가 결국은 자기를 잡아먹고 마는 이 집의 주부인 암거미 같은 필리스(바바라 스탠윅)의 싸늘하도록 치명적인 선정미와 치밀한 살인계획에 휘말려 든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방해가 이 남자의 병약한 아내를 살해하고 결혼한 뒤 남편의 딸의 애인까지 가로 챈 필리스는 내면의 살기를 외면의 아름다움으로 위장한 음모자요 살인녀.
그녀는 젊은 월터를 만나면서 나이 먹고 무미건조한 남편 살해계획을 짜고 남편으로 하여금 생명보험과 사고보험에 들게 한 뒤 월터를 공범자로 유인한다. 역시 냉혈한이요 탐욕스런 월터는 필리스의 맹독성 아름다움에 취해 그녀의 살인계획에 가담, 사고사를 위장해 필리스의 남편을 살해한다.
그러나 보험상환액 조정자인 바턴(에드워드 G. 로빈슨)이 필리스의 남편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라고 판단, 필리스에게 혐의를 두고 사선을 캐내 가기 시작하면서 두 간부의 범행의 전모가 한 꺼풀씩 벗겨진다. 물론 악인들은 모두 지옥으로간다.
와일더는 긴장한 힘줄처럼 팽팽하면서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연출로 냉소적인 이야기를 어둡고 아름답게 서술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공백처럼 허무하고 차가운 영화로 특히 사악한 목적을 위해 남자를 이용하는 스탠윅의 싸늘한 비정과 성적 매력은 영화사상 역대 요부들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이중배상’이 19일과 20일(하오 2시와 7시) 이틀에 걸쳐 할리웃의 차이니스 극장을 비롯해 LA와 인근의 일부 극장에서 상영된다. 필견의 명화이니 놓치지 마시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