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러즈’(The Kiilers·1946) ★★★★★ (5개 만점)
헤밍웨이의 동명 짧은 글이 원작으로 삶을 포기한 남자가 체념적으로 죽음을 맞는 운명적인 이야기다. 글은 도대체 왜 이 남자가 자기를 죽이러 온 살인자들을 환영하다시피 맞았는지를 캐 들어가는 연역법적인 내용이다.
영화는 살인과 강도와 남자를 유혹해 파멸로 인도하는 요부의 이야기로 필름 느와르의 장르를 정립해준 작품으로 긴장감이 팽팽하고 거칠면서도 시적인 감수성을 지녔다. 로버트 시오드마크 감독.
곡마단 곡예사 출신의 버트 랭카스터의 데뷔작으로 그는 여기서 실존주의적 짐승과도 같은 역량을 과시, 대뜸 스타가 되었다. 랭카스터는 이 암담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내면에 잠복한 힘을 지닌 어두운 남성미를 보여주는데 신선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두 킬러가 간이식당에서 스위드(랭카스터)의 숙소를 묻는 빛과 그림자의 대조가 강렬한 흑백 첫 장면부터 보는 사람을 영화 안으로 깊숙이 잡아끈다. ‘벤-허’의 음악을 작곡한 미클로스 로자의 음악이 시종일관 운명을 재촉하는데 싸구려 호텔방에 누워있던 스위드는 체념한 상태로 방문을 박차고 들어온 킬러들의 총알을 빗발처럼 맞으며 숨진다.
여기서 이야기는 스위드의 생명보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보험회사 수사관(에드몬드 오브라이언)이 스위드의 과거를 재구성하면서 과거로 돌아간다. 전직 권투선수였던 스위드는 손을 다쳐 링에서 은퇴한 뒤 범죄세계 속에 발을 디디면서 현금 수송차 강탈에 참여한다. 그를 범죄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치명적인 여자’(femme fatale)가 범죄단 두목의 요염한 정부 키티(에이바 가드너).
스위드는 검은 머리를 내려뜨리고 요염한 자태로 피아노 반주에 맞춰 허스키한 음성으로 ‘사랑을 더욱 알게 될수록’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키티를 보고 대뜸 마음을 빼앗긴다. 키티는 스위드에게 현금 수송차를 턴 뒤 돈을 챙겨 둘이 함께 먼 곳으로 튀자고 제의, 봉 같은 스위드는 요부 키티의 간계에 넘어간다. 그러나 돈과 보석에 눈이 먼 키티는 스위드를 배신하는데 결국 악인들은 몽땅 지옥으로 간다.
이 영화는 1964년 단 시겔 감독에 의해 새디스틱한 총천연색 영화로 리메이크 됐다. 리 마빈, 존 캐사베티즈, 앤지 딕킨슨 등이 나오는데 영화배우 출신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레이건은 범죄단 두목으로 나온다. 모든 면에서 흑백 판이 낫지만 신판도 속도감 있고 날카롭고 흥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