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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주택 시장에 위협적인 수준”

2015-06-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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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가격 하락에 불안감 높아

▶ 재투자도 낮아져 경제에 영향

[깡통주택 문제]

주택 시장에서 깡통 주택이란 단어가 사라진 듯하다. 깡통주택은 주택 시세가 모기지 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인데 처분이 쉽지 않아 주택 시장에는 골칫거리다. 주택 가격이 3~4년간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깡통 주택 비율이 많이 낮아졌다. 그런데 최근 깡통 주택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주택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깡통 주택 비율 감소도 정체상태에 빠진 것이 문제다. 비율이 더 이상 줄지 않고 있는데 만약 주택 가격 상승이 멈추거나 다시 떨어지면 얼마든지 주택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


■ 깡통주택 비율 여전히 비정상 수준


온라인 부동산업체 ‘질로우 닷컴’이 최근 깡통 주택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깡통주택 비율은 전체 모기지 대출 주택 중 약 15.4%로 2012년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주택시장이 막 회복을 시작하기 직전인 2012년의 경우 주택 3채중 1채가 깡통 주택으로 주택 시장의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올 1분기 깡통주택 비율은 전분기보다도 약 3.4%포인트 떨어져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깡통 주택 비율이 최근 들어 더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4분기부터 매분기 소폭 하락하더니 지난해 3, 4분기에는 거의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스탠 험프리스 질로우 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깡통 주택 사태가 상당히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정상 수준보다 약 1~2% 높은 수준”이라며 “여전히 주택 시장에 위협적인 수준으로 더 큰 우려는 깡통 주택 감소세가 멈춘 점”이라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지난 3~4년간의 주택 가격 회복이 깡통 주택 흔적으로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이 이미 둔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곧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 자칫 깡통 주택에 의한 주택 시장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 집값 정체로 깡통 주택 비율 하락 기대 힘들다

깡통주택 문제에 가장 좋은 해법은 주택 가격 상승이다. 주택 시세가 회복되면 깡통 주택 비율은 자연히 가라앉고 깡통 주택과 관련된 각종 부작용도 예방된다. 그러나 이미 둔화되기 시작한 주택 가격 상승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S&P 케이스 실러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3월 주택 가격은 전년대비 약 4.14% 오르는 데 그쳤다. S&P 주택 가격 지수는 2013년 말부터 매달 연속으로 상승폭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정보업체 ‘뱅크레이트 닷컴’의 그렉 맥브라이드 선임 분석가는 “주택 가격 상승폭이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 3년간 나타난 주택 시세 상승폭을 향후 3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험프리스 이코노미스트가 내다보는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험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약 5, 6년간 깡통 주택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며 “전체 주택 재고 중 약 15~20%가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주택 가격 급등락과 차압률 상승 등의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 심리에 악영향

깡통주택 소유주들은 정상 시세 주택의 소유주보다 가계부에 여유가 없다. 주택 순자산이 낮고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출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 지출을 제외한 주택 리모델링이나 업그레이드는 꿈도 꾸기 힘들다. 하버드대학 공동주택연구센터에 따르면 깡통 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주택 재투자 비율도 낮아져 전체적인 주택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깡통 주택 비율이 높을 경우 주택 처분이 원활해지지 않아 주택 시세가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주택 재구입 및 이사를 미루는 사람이 증가한다.

결국 노동력 이동이 제한돼 필요한 부분에 노동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등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고용 시장 개선 등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지난 5월 깡통 주택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한 바 있다.


■ 부의 불균형 더욱 심각해져

약 15%에 달하는 깡통 주택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주택 시장이 정체기를 맞으면 부의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깡통 주택 비율은 저가대 주택 소유주 사이에서 월등히 높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 3분의1 가격대의 주택 중 깡통 주택 비율은 여전히 위기로 볼 수 있는 약 25.5%인 반면 중간 가격대의 경우 약 14.1%, 상위 가격대는 약 8.3%로 현저히 낮아진다.

깡통 주택 비율은 지역별로도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경제가 안정적이고 고용 기회가 풍부한 지역은 주택 수요가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깡통 주택 비율을 보이고 있다.

질로우 닷컴에 따르면 샌호제의 경우 전국에서 깡통 주택 비율이 약 3.8%로 가장 낮았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버팔로 등도 깡통 주택 비율은 약 6%대로 매우 낮다. 반면 라스베가스와 버지니아주 등은 주택 4채중 1채 꼴로 여전히 깡통 주택으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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