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버지니아의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에 재학 중인 한국인 소녀가 하버드와 스탠포드 양쪽에서 입학 제의를 받았다는 기사가 났다. 기사를 보며 “똘똘하고 잠재력 있는 학생이 하나 있나보다”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이 호기심과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증명을 원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의 아이가 성공하는 게 그렇게 배 아픈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어느 가수의 스탠포드 학벌을 문제 삼아 심지어 공식적인 서류도 인정하지 않고 인신공격을 퍼부어 결국 법적 제재를 받았던 ‘타진요’가 또 하나 생기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도 일리가 있는 합리적인 주장들이 온라인 상에서 점점 늘어갔다. 공공 기록과 상식에 입각하건데 의아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한 일간지가 그 학생의 합격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는 1보를 내고, 부모가 제시한 합격 편지의 진위여부가 가려진 후에야 아버지의 사과로 추리 소설 같던 사건은 끝이 났다.
그렇게 어린 여학생의 대담한 거짓말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제 오늘은 내가 10대 시절에 좋아했던 작가 신경숙의 표절 시비 기사가 시끄럽다.
특유의 ‘깊은 한숨’을 자아내던 그녀의 문체를 많은 사춘기 소녀들이 좋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녀가 표절했다는 작품을 작가는 본적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표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도 꽤나 합리적으로 보인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이 소설의 스토리가 아니라 ‘덜 중요한(?)’ 묘사 부분이라며 의혹을 무마하고 지나가려는 창작과 비평 역시 나는 좀 당황스럽다.
대학원생일 때 나는 남의 논문도 아니고 이전의 내 논문과 비슷한 문장과 논리로 적어 나가 지적 받은 경험이 있다.(자칫하면 자기 표절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단어 하나 쉼표 하나가 지극히 중요한 문학작품에서 그렇게나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 댄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이 모두 ‘Integrity’가 없어서 생기는 일들이다. 가끔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번역이 참 까다로운 단어들이 있는데 이 단어가 그렇다. 보통 진실성 혹은 온전함 정도로 번역되곤 하지만, ‘Integrity’는 그저 한국어 단어 하나로는 좀 설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더 보태자면, 인간적 혹은 직업적인 진실성, 성실성을 의미하고 때로는 직업 윤리적인 면도 포함한다. 리더를 놓고 이야기할 때는 심지어 인품까지도 아우르는 단어가 되고는 한다.
그 여고생에게 Integrity가 있었다면...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들에게 Integrity가 있었다면.... 글을 쓰는 소설가에게 integrity가 있었다면...
즉, 각자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심과 진실성이 온전하게 반영이 되었더라면.... 우리는 이렇게 속을 알 수 없게 흐린 흙탕물 속에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Integrity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