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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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와 섬김, 교회의 두 기둥이죠”

2015-05-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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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65세로 퇴임하는 빌립보교회 송영선 목사

메릴랜드 하노버 소재 빌립보교회는 2대 담임으로 박동훈 목사를 맞는다. 청빙 절차는 지난 주에 완료했다. 두 번의 투표를 거쳐 찬성 585명, 반대 74명으로 박 목사가 결정됐다.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 박 목사가 부임한다는 말은 송영선 목사가 은퇴한다는 뜻이다. 교회 정관에 따라 내년 65세에 물러나는 것이다. 어느 단체나 기관이든 정년퇴임 연령이 크게 늦춰지고 있는 시대여서 그런지 송 목사의 결단은 사뭇 신선한 소식으로 들려왔다.


“3년 전부터 저에게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도행전을 읽고 묵상하면서 생겨난 고민입니다. 유대인들이 모이던 예루살렘교회를 넘어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이 증거 되기 시작한 이야기를 잘 아실 겁니다. 초기에는 예루살렘교회가 중심었지만 자연스럽게 안디옥교회로 성령의 활동무대가 옮겨졌고 유대인들에게 처음 전해졌던 복음도 다양한 민족에게로 확산되었습니다.”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는 사도들의 리더였던 베드로에게 모아지던 초점도 후반부에는 사도 바울에게로 옮겨진다. 세 번에 걸친 전도여행을 통해 유럽에 복음의 뿌리를 내린 바울은 선교사의 모범이다.
송 목사는 “마음이 힘들었지만 성령이 내려놓으라 하시니 순종했다”고 말했다.
힘들었다는 말은 한인들을 위해 세워진 ‘빌립보교회’의 정체성과 사역 방향, 앞으로의 비전과 관련돼 그랬었다는 얘기다. 스스로를 ‘뼛속 깊이 한국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도행전을 통해 주어진 도전을 빌립보교회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2년 전부터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성도들에게 2020년 이후의 비전을 찾아보라고 부탁했습니다. 나는 그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죠.”
교회 안에 태스크 포스가 구성됐다. 성도들은 그후 6개월 동안 자체적으로 서베이하고 토론하며 빌립보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놀라웁게도 성도들은 담임 목사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인 중심의 안으로 파고드는 목회가 아니라 주변 이민자, 소수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빌립보교회를 이끌어가시는 성령께서 새로운 단계의 사역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후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게 1년 반 전이었다. 생각이 정리되니 적절한 후임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국 프론티어선교회 소속의 박동훈 목사는 오래 전 송 목사가 지도했던 청년 가운데 하나였다. 송 목사는 “참 훌륭한 목사”라고 거듭 칭찬했다. MIT를 3년 만에 졸업하고 여러 교회를 섬기다 선교사로의 부르심에 응답한 그는 ‘아주 위험한’ 사역을 잘해내고 있다는 것이 송 목사의 평가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가 워싱턴에서 일할 당시 태어난 2세다. 박 목사는 미국 목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터라 송 목사의 제안을 듣고 처음엔 놀랐었지만 성령은 자연스럽게 환경을 몰아가셨다.
“비전은 새롭게 가졌지만 한인 중심의 교회가 다민족 교회로 바뀌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겁니다. 당분간은 큰 변화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박 목사는 빌립보교회의 젊은 성도들을 이끌어 새로운 사명으로 나아가게 하는 ‘브릿지’ 역할을 잘 할줄 믿습니다.”
소위 스펙이 좋다는 ‘빵빵한’ 후보자들이 많이 있겠지만 변화 속에서도 빌립보교회의 DNA를 유지하며 ‘선교적 교회’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목사로 박 목사가 최적이라는 확신을 송 목사는 갖고 있다.
매년 열고 있는 ‘머슴교회’ 세미나는 올해도 10월에 열릴 예정인데 요즘은 중국, 몽골, 크로아티아 등 해외에서 요청이 늘어 송 목사의 출장이 많아졌다. 머슴교회 정신은 ‘선교적 교회’와 함께 빌립보교회가 추구하는 두 기둥이다. 특히 선교적 교회의 사명은 한국교회 보다 디아스포라 교회가 감당해야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LA가 한국과 가까운 탓인지 한국교회의 특색이 강해서 워싱턴 지역의 한인교회들이 사명의식을 새롭게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 등 미국에 불어닥치고 있는 세속화의 물결을 보십시오. 미국의 근간을 흔들고 기독교를 말살하려는 무서운 공격입니다. 맑은 물 몇 방울이 혼탁한 물을 정결케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교회는 주어진 사명에 충성을 다해야 합니다. 곧 복음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일입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이 시내를 만들고 강물을 이루는 에스겔서의 비전에 빌립보교회가 조금이나마 동참했으면 영광이겠다는 생각이다.
“성령이 하십니다. 성경적으로 보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지만 하나님 나라는 반드시 완성될 겁니다.” 1993년 빌립보교회를 세워 23년째 초지일관 달려온 송 목사의 변함없는 신념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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