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세상, 새 지도자

2015-04-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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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지도자’라는 표어에는 푸르른 기대와 드넓고 높은 꿈이 담겨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 막강한 권력 전성기가 있었고 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군주가 있었다.

영웅 칭호를 받거나 존경받는 군주가 아니라 욕심이 과한 패배자, 잔인했다는 말을 듣고 심지어 자신의 혈육조차 의심했던 군주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군주 세 명을 예로 들어 본다.


먼저 체사레 보르자(1475~1507)는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가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뽑은 인물이다. 체사레는 가혹한 조치를 통해 자신의 왕권을 강화했다. 체사레는 아버지가 알렉산드르 6세 교황으로 선출되자 추기경에 이어 교황군 총지휘관이 되어 중부에 로마냐 공국을 세운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자신의 나라 성채, 시가 정비, 운하, 등 모든 건축기술 총감독으로 등용한다. 1년 후 체사레가 몰락하자 레오나르도는 이곳을 떠난다.

러시아의 표트르 1세(1672~1725), 그의 이름에는 ‘대제’라는 칭호가 붙는다. 그는 이복누이 소피아의 쿠데타로 소년기와 청년기를 시골마을에서 자라게 된다. 이곳에서 유럽 기술자들로부터 석공과 목수, 대포주조 기술을 배운다. 오스만 제국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모스크바공국의 유일한 전제군주가 된 표트르는 네덜란드에서 선박건조기술, 영국에서 수학과 기하학을, 응용과학까지 배운다.

고국에 돌아오자 대개혁에 나선다. 새수도 샹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면서 민중반란이 일어나자 피의 숙청을 한다. 반란군에 가담한 외아들 알렉세이 황태자도 고문 후유증으로 죽는다.

고려 제4대왕 광종은 태조 왕건의 넷째아들로 천년 고려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최근에 끝난 한국TV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탤런트 장혁이 왕소로 나와 마지막편에서 즉위 후 광종이 된다.

실존인물에 픽션을 가미한 드라마로 고려시대 저주받은 왕자와 발해의 버려진 공주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백성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광종은 호족들에 의해 강제로 노비가 된 자들을 해방시키는 노비안검법과 최초로 과거제를 도입했다. 왕권 강화정책으로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공포정치를 단행했는데 자신의 아들인 세자(후에 경종)도 의심했다.

이들은 결과가 선이면 모든 수단이 용서된다는 식으로 정치를 했지만 권력자가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일 뿐, 그래도 생각이 앞섰고 목표를 위해서는 신분도, 몸도 돌보지 않고 바닥부터 시작한 점이 대단하다.

표트르는 황제의 신분을 내려놓고 목수의 신분으로 외국의 공장에서 일해 조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체사레는 레오나르도의 인물됨을 즉각 알아보고 적극 믿고 후원했으며 광종은 호족의 기득권을 쳐내고 일반인의 관직등용을 시행한 점이 놀랍다.

백범 김구(1876~1949)가 말했다.“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아름다울수록 더 많은 피를 원했다. 자유와 평등, 민권의 이름은 그토록 붉었다. 나는 가진 것이 없기에 나 자신을 던지기로 하였다. 내게 문지기 자리를 주십시오, 임시정부의 정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고 싶습니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문지기를 청원한 김구는 후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 되었다.

한 시대가 부패할수록 개혁과 변혁에 대한 요구는 커져간다,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지도자는 많다. 모두 성공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정신만은 시대를 건너 빛나고 있다. 지금,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새로운 지도자는 일단 제 몸부터 낮춰야 할 것이다. 낮으면 낮을수록, 험하면 험할수록,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드높은 꿈을 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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