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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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농양의 진단과 치료

2015-03-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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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민영 / 내과 전문의

지난해 12월에 60대 초반의 한 여성이 3~4일간 지속되는 발열과 오한, 상복부 통증, 구역질, 구토, 설사, 무기력 등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어떻게 보면 독감과 증세가 비슷하였는데 가벼운 상복부 통증이 있는 것이 미심쩍어 담석증 또는 담낭염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밝혀진 것은 직경 5cm짜리 간농양(고름주머니)이었다.

즉시 환자를 입원시켜서 피부 바깥으로 간농양 부위에 가느다란 tube를 넣어 고름을 뽑는 경피적 배액술과 동시에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며칠 후 노란 고름이 거의 다 빠져 나왔으며, 환자는 퇴원하였다. 고름(pus)을 검사실에 보내어 원인균을 조사했더니 장 내 세균의 일종인 클렙시엘라(klebsiella)균으로 나왔다. 이런 간농양은 화농성 간농양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종류는 아메바성 간농양(amoebic abscess)인데, 증세는 위의 화농성 간농양과 비슷하다.

간농양의 진단을 위한 방사선 검사로는 초음파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담도조영술을 많이 이용한다. 간농양의 초음파 소견은 불규칙한 경계의 두꺼워진 농양벽을 가지는 고름주머니가 보인다.

컴퓨터 단층촬영에서는 외연이 다소 불규칙하며, 대부분 조영제 주사 후 촬영 때 조영제 주사 전보다 밝게 보이는 조영증강 효과를 보이는 농양 벽이 관찰되고 내부는 어둡게 보인다.

아메바성 간농양의 경우, 분변에서 아메바를 발견할 확률은 15% 정도밖에 안 되며 간접 적혈구 응집검사를 시행하면 95% 이상에서 확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발병 1주 동안은 음성인 경우가 많으며, 결과가 나오는데 24~48시간 걸리므로 경험적인 치료를 시작하고 그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간농양의 치료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고 농양 개수에 따라 또는 원인 질환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 치료법으로는 항생제 치료, 세침 흡인, 경피적 배액술, 외과적 배액술 등이 있다. 경피적 배액술이란 이 환자의 경우와 같이 피부를 통하여 배액관을 집어넣어 농양을 피부 밖으로 빼내는 시술을 말한다. 이 배액술은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배를 여는 수술이 필요 없으며 간호하기가 편리할 뿐 아니라 환자들의 적응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경피적 배액술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수술이 필요한 담도계 질환 등이 있는 경우, 농양이 파열되어 범발성 복막염이 된 경우, 경피적 배액술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한 경우에는 수술적 배액술을 하게 되며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수술적 배액술을 하게 된다. 드물게는 간을 절제해야 할 때도 있다.

아메바성 간농양의 치료는 항아메바성 약물치료가 원칙으로, 90% 이상이 성공한다. 항아메바성 약물치료를 3~5일 동안 했는데도 반응하지 않거나, 간농양에 세균까지 감염이 합병된 경우, 간좌엽에 있어 파열의 위험이 큰 경우 등에서는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한다.


외과적 배액술은 파열에 의한 복막염이나 장관과 간농양이 연결된 경우, 세균이 감염되어 패혈증이 생긴 경우로 제한한다.

화농성 간농양의 경우 항생제 발달로 합병증 및 사망률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30~40%까지 많은 합병증이 보고되고 있는데, 간농양이 흉부나 복강 내로 파열하여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화농성 간농양에 대한 예방법은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아메바성 간농양은 감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서 전파되므로 깨끗하게 정제된 물을 사용하고, 과일은 껍질을 벗겨서 먹고,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먹도록 하자.

따라서 철저한 위생관리가 간농양의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간농양의 증세가 독감이나 담낭염과 비슷하므로 혹시 독감이 잘 낫지 않든가, 상복부 통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꼭 내과의사를 찾아가 상세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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