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부세포로 난자 만들었다… 불임 치료 새 길 열릴까

2025-10-07 (화)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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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세포 핵 이식 난자 염색체 줄이기 성공

▶ 수정란 일부 배반포 성장… 착상준비 단계
▶ 염색체 이상 발견… “극복 불가능 아니다”

과학자들이 피부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해 수정 가능한 난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난자 기능에 장애가 있거나 수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난임 치료의 새로운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차의과대가 참여한 국제공동 연구진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피부세포 핵을 넣어 정자와 수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체세포의 핵을 떼어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는 ‘체세포 핵이식법’은 난자 문제로 시험관 아기 같은 체외수정(IVF)이 어려운 이들의 대안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체세포의 염색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느냐였다. 염색체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핵산과 단백질이 모여 있는 세포 내 구조물이다.


난자와 정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지만, 체세포는 염색체가 46개다. 그래서 체세포 핵이 든 난자로 수정을 하면 수정란의 염색체 개수가 46개가 아니라, 69개가 되는 문제가 생긴다. 생쥐 실험에서 체세포 핵을 이식한 난자의 염색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적이 있으나, 그간 사람 세포 수준에선 입증되지 않았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세포 핵이 든 난자와 정자를 수정하면서 전기 자극과 특정 약물(로스코비틴)을 주입했다. 그러자 난자가 염색체 절반을 바깥으로 밀어내 작은 세포(극체)를 만들고, 내부엔 염색체의 절반만 남겼다. 이렇게 남은 23개의 염색체가 정자의 염색체와 짝을 이루면서 정상적인 수정과 비슷하게 된 것이다.

수정에 쓰인 82개 난자 중 9%는 수정 6일째 배반포 단계까지 성장했다. 배반포는 수정 후 약 5, 6일 무렵 나타나는 발달 단계로, 자궁에 착상할 준비를 하는 시기다. 배반포의 바깥 세포층은 태반, 안쪽 세포는 실제 태아로 발달한다. 다만 배반포까지 간 경우에도 염색체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등 한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연구 윤리에 따라 배반포 시기 이후까진 배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술을 완성하고 임상 안전성까지 입증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은주 차의과대 교수는 “난자 없는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사람 난자를 이용한 연구가 제한돼 미국과 공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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