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대장암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대장암 검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용종으로 시작하여, 치료하지 않은(제거하지 않은) 용종이 점차 커지고 변형되어 수년에 걸쳐 대장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대장암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용종의 발견 및 제거이다. 즉, 대장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용종이라는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대장암 검진을 위한 검사의 종류는 많지만, 그 중에서 딱 하나만 선택한다면 가장 좋은 검사는 대장내시경이다. 대장내시경은 직접 대장 속을 들여다보는 검사로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고,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 및 치료(용종 제거)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대장 내시경 이야기만 꺼내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손사래를 치며 검사를 안 하고 싶어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검사 중 발생하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둘째, 장을 비우기 위해 먹어야 하는 장정결제(설사약)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실 과거의 수면 내시경을 시행할 경우, 검사 중 복부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통증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검사 전 복용해야 하는 장정결제와 장을 비우는 과정 등의 힘든 부분은 겪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맛이 이상한 4리터나 되는 물약을 먹는 것부터 곤혹스럽고,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면서 기운이 빠지기 때문에 검사가 힘든 것보다 검사 전에 진이 빠진다고들 했다. 최근에는 복용하는 약의 맛도 개선되고 복용량도 줄었으며 장정결 시간도 짧아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장내시경 대신 CT(복부 전산화 단층촬영)를 찍으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CT가 좋은 검사이기는 하지만, 대장 내 용종에 대한 진단 및 치료에 있어 효율적이지는 않다. 최근 가상 대장내시경(CT virtual colonoscopy)이라고 CT를 찍어 대장 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검사가 있기는 하다. 이는 대장을 비운 상태에서 공기를 주입하여 풍선처럼 부풀린 상태에서 CT를 찍어 대장 내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CT의 일종이다. 하지만 이 검사도 장정결제를 복용하여 대변을 제거해야 하고, 검사 중 공기가 주입되면서 복부 팽만감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장내시경과 동일한 과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상소견이 발견 될 경우 대장내시경을 통한 확인 및 조직검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대장암 검진에 대한 권고 내용에는 혈변, 흑색변, 변 가늘어짐, 복통, 변비, 이유 없는 체중감소 등의 대장암 관련 증상이 있을 경우에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만 50세가 넘으면 대장내시경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사실, 필자도 몇 년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장암을 수술하는 외과의로서 “혹시 나도?”라는 질병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우리 환자들이 그렇게 겁내는 대장내시경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검사 전, 내 환자들이 수없이 말해주었던 두려움들이 떠올라서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막상 다량의 장정결제를 먹고 설사를 하는 것과 검사 중 통증이 걱정했던 것만큼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필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면 내시경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상이라는 결과에 대한 안도감으로 속이 후련했다. 대장암은 예방법이 알려진 몇 안 되는 암 중 하나이며, 이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용종의 확인 및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기 검진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건국대학교병원 홈페이지 대장암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국제진료소 02-2030-8361,8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