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일이다. 72세된 남성 환자가 휴일에 동네 뒷산에 하이킹을 갔다가 넘어져서 머리 뒤통수 부위를 땅에 부딪쳤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으나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연락이 왔다.
필자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빨리 가서 머리의 CT나 MRI를 찍어 보라고 가르쳐 드렸다.
다음날 아침 환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는데 응급실에서 머리 CT를 찍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어 집으로 귀가했다고 했다. 나는 이후에라도 머리가 계속 아프거나 어지럽다든가 하는 이상 징조가 나타나면 꼭 내과병원을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한 달이 지나서 연락이 다시 왔는데, 계속 머리가 띵하고 몸이 무겁다고 했다. 빨리 병원으로 찾아오라고 권유한 끝에 환자의 머리 MRI를 촬영했다. 결과는 머리 좌우 양쪽에 큰 ‘뇌경막하 출혈’이 발견됐다. 급히 환자를 할리웃 장로병원에 입원시켜 신경외과 전문의를 불러 수술을 시켰다.
이 수술은 머리뼈(skull)를 절개하지 않고 뼈에 구멍을 내어 안에서 피를 뽑아내는 수술이다. 이 환자분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며칠 후 퇴원했고,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한인타운에서 23년 동안 내과를 운영하면서 약 6~7명의 뇌경막하 출혈 환자를 발견해 치료한 경험을 갖고 있다.
뇌경막하 출혈이라는 병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머리에는 두개골이라는 뼈가 전체적으로 뇌를 잘 보호하고 있다. 이 두개골 밑에서 3가지 막이 뇌를 싸고 있는데, 바깥에서부터 뇌경막(duramater), 지주막(arachroid mater), 유막(pia mater)이 바로 그 세 가지 막이다. 그 중 이 경막과 지주막 사이에 출혈이 생기는 것이 경막하 출혈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머리에 충격이 가해질 때 두개골 뼈에서 뇌 속으로 연결하는 정맥에서 출혈을 하므로 뇌를 누르는 압력이 천천히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서 서서히 두통이 심해지고 의식의 장애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뇌 외상 후 처음에는 머리의 CT나 MRI에서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두통이나 어지럼증, 의식장애가 수일 내지 수주 간 계속된다면 꼭 다시 머리의 CT나 MRI를 새로 찍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뇌경막하 출혈이 점점 증가해 뇌를 심하게 압박해 신경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올 수도 있고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 가운데 아스피린, 플라빅스, 와파린 같은 혈액응고 방지제를 먹는 분들은 특히 뇌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CT나 MRI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반드시 내과 의사나 신경내과 의사 선생을 다시 찾아 뇌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문의 (213)480-7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