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정체를 최초로 밝혀낸 블룸버그 박사가 태어난 날이다. 블룸버그 박사는 이 공로로 1976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은 아직 1세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훨씬 오래 전부터 한국인과 함께 해왔다.
2001년 11월, 경기도 해평 윤씨 선산에서 어린이의 미라가 출토되었다. 탄소 동위원소 C14 테스트로 미라의 의복을 분석한 결과 16세기 조선에서 살았던 소년으로 밝혀졌다. 신체 장기보관 상태가 양호하여 학술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 특히 의학적으로 주목할 사항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사망원인이 결핵으로 추정되는 것이며, 두 번째는 B형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과 한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분석하였고 현재도 국내 B형 간염 환자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형인 C2로 판명되었다. 분석된 염기서열은 현재까지 과학 분야에서 기술된 가장 오래된 완전한 바이러스 게놈이며 이 내용은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Hepatology’에 2012년 5월 게재되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한국에서 매우 오랫동안 만연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 4억명의 B형 간염 보유자가 있고 한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5%가 보유자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만성 간염 및 간경변증 환자의 약 70%, 간세포 암종 환자의 65~75%에서 B형 간염 항원이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소아 및 청소년에서 B형 간염 항원 양성률이 그 이전 세대보다 낮아지고 있는데, 주요인은 B형 간염 예방접종 사업의 성공적인 시행으로 보인다.
1981년에 드디어 성공적인 B형 간염 백신이 개발되었다. 한국에서는 1983년에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HBV에 감염된 환자의 혈장에서 생산된 B형 간염 백신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청소년과 소아, 임산부 등에서 백신접종이 꾸준히 시행되었고, 1995년부터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B형 간염 예방접종이 필수접종으로 지정되었다.
2002년부터는 질병관리 본부에서 주도하는 주산기 감염예방 사업이 시행되어, 임산부에서 B형 간염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B형 간염 양성인 산모에서 태어난 아기가 예방접종 및 접종 후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선도적인 노력의 결과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신생아들의 98.9%가 B형 간염 백신을 접종 받고 있으며, 2010년 10~18세 청소년에서 B형 간염 보유자는 0.1%로 감소하여 백신 개발 30년의 획기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B형 간염의 주된 전염 경로는 주산기 감염으로, 어머니가 B형 간염 보유자인 경우 자녀의 27.3%에서, 아버지가 보유자인 경우는 자녀의 4.8%에서 감염이 된다. 현재는 B형 간염 양성인 산모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출생 즉시 B형 간염 백신과 더불어 면역 글로불린(HBIG)을 투여하고, 특히 바이러스 역가가 높은 임산부에게 임신 후반기에 항바이러스 약제를 투여함으로써 주산기 감염의 90~95%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B형 간염은 항원(HBsAg) 및 항체가 음성인 경우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은 첫 접종 후 1개월, 6개월의 추가 접종으로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며, 9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무반응자는 추가적으로 3회 재접종 때 44~100%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예방접종 후 생성된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하거나 혈청에서 소실되는 경우가 있으나 면역기능이 정상인 경우는 추가 접종이 필요 없다.
예방접종을 통해서 한국인은 B형 간염의 위험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단 3회의 접종으로 90% 이상 예방할 수 있는 B형 간염 예방접종,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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