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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여성 폐암 ‘경보’

2015-0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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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면·라돈 등에 노출 유전자 변이... 어린시절 간접흡연 원인 되기도

▶ 항암·방사선·표적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방법 조언 필요

최근 부유한 선진국 여성 암환자 중 유방암보다는 폐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임상의학의를 위한 암저널’(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에 실렸다. 또한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에 걸린 여성 환자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여성 폐암 환자 중 5명 중 1명꼴로 비흡연자다. 또 지난해 한국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30%는 여성이며 그 중 88%는 비흡연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흡연자 여성 폐암이 왜 증가하는지 대해 안상훈 LA 암센터 암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봤다.


■ 발생률은 유방암이, 사망률은 폐암이 더 높아

안 전문의는 “한국에서는 여성 암 중에서 갑상선암이 가장 발생률이 높고, 그 다음은 유방암이다. 폐암의 실제 빈도는 3~4위 정도이지만 사망률은 1위의 암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LA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처럼 갑상선암을 정기적으로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갑상선암보다는 유방암 환자가 더 많다. 미국에서도 여성암 중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다. 그러나 여성에게서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비흡연자에게 더 많이 발생되는 것이 주지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폐암은 크게 편평상피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과 선암으로 나뉜다. 폐암 중 흔히 발견되는 편평상피세포암은 대부분 직간접 흡연이 주요 원인이다. 선암은 비흡연자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비흡연자로 폐암이 발견되면 대부분 선암이다.


■ 비흡연자에게서 폐암 발병이 발생하는 위험요소

폐암의 주요 원인은 담배, 유전적 요인, 환경적 노출로 크게 3가지다. 그러나 안 전문의는 “비흡연자 여성 폐암환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가설은 많다. 어린 시절 간접흡연 노출도 여러 가설 중 하나다. 내 환자 중에도 목사 사모로 비흡연자 폐암 환자들이 있지만 어린 시절이나, 집안 식구 중 아무도 흡연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비흡연자에게 폐암을 일으키는 위험요소로는 간접흡연, 직업상 석면이나 비소, 니켈 등 발암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방사선 라돈개스에 노출되는 경우, 유전적 변이 등이 있다.

특히 비흡연자 여성에게 생기는 폐암 중 선암환자 가운데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EGFR, ALK, ROS1 등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형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흡연자에 비해 치료방법도 다르며,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타시바 같은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고, 흡연자보다는 좀 더 생존율이 높다.


흡연자에게서 발견되는 편평상피세포암은 대부분 유전자 변이가 없어 표적 치료제보다는 항암제를 사용하며, 많이 진행된 암의 경우는 특별히 도움 되는 약도 없다.

4기 말기 폐암의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1년 전후이지만, 비흡연 여성 선암 중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같은 폐암이라도 생존기간이 2~3년 정도까지 더 생존한다.


■ 검사는

가슴 X선 촬영이나 CT(전산단층촬영), MRI 등 검사를 하는데, 최근 저선량 CT 촬영을 조기 검진으로 정착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연방 보건부 자문기구인 예방의학 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에서 55~80세 사이 담배를 하루 1갑 30년 이상 피운 사람들의 경우 1년에 1회 저선량 CT 검사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기검진으로 일찍 암을 발견하면 아무래도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치료를 하겠다는 환자들도 있는데

안 전문의는 “폐암 치료는 쉽지 않다. 가슴이 아프거나 숨이 차고, 기침이 끊이지 않는 등 증상도 견기 힘들다. 또 대개 60~70대에 발견된다.

키모테라피를 받으면 건강세포도 죽기 때문에 거부하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치료를 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잘 비교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부작용 걱정으로 치료를 피하거나, 옆집 아무개는 이렇게 했다더라 하는 무작정 믿기보다는 전문의와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표적 치료제 등 여러 치료 방법에 대해 상의하고 득과 실을 잘 판단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식습관이 폐암 위험에도 영향을 끼치나?

폐암은 어떤 음식이든 관련은 별로 없다. 여러 설이 나온 바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

또 예전에는 암 환자에게 고단백은 피하라고 했지만 요즘은 고단백질 섭취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폐암뿐 아니라 일반적인 암환자에게 단백질 공급은 중요하지만 붉은 육류는 추천되지 않는다. 두부나 생선, 콩 등을 통해 단백질 섭취를 하는 것이 추천된다. 또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폐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안 전문의는 “육류를 섭취한다면 붉은 고기 보다는 닭이나 오리 같은 지방이 적은 육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지나친 항산화제 보조식품 역시 치료 중에는 추천되지 않는다.

안 전문의는 “방사선 치료를 할 때 활성산소를 만들어 암세포를 죽이는데, 항산화 물질이 치료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치료 중에는 가급적 강력한 항산화 보조식품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등 항산화 보조식품은 치료 전이나 치료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증상 & 치료]

초기에 별 이상 없어 정기검진을… 표적 치료 부작용 적어


■ 증상은

대개 기침을 3~4주 정도까지 오래 하면 검사를 해보는 것이 추천된다.

하지만 폐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또 건강검진을 하다가 엑스레이에 혹이 보여서 추가 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안 전문의는 “암 사이즈가 작을 때는 아무런 증상 없다. 기침도 안할 수 있는데, 사이즈가 자라면서 마른기침이 나기도 하고, 객혈이 나타나기도 하며, 숨이 차거나 혹은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다고 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조기에는 대개 증상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기관지 옆 혈관 부근에 혹이 생겨, 사이즈가 아주 작을 때도 실핏줄이 터져 피가 나오는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암의 발생 위치나 사이즈에 따라 증상은 다 다르다. 대개 암은 오래 진행돼야 증상이 나타난다.


■ 치료는

수술적 제거 방법, 방사선 치료, 키모테라피, 표적 치료제 사용 등 치료 방법들이 있다. 방사선은 부분 치료, 항암제나 표적 치료제는 혈액으로 약이 주입돼 전신치료로 분류된다.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다르다. 동위원소 치료는 요오드에 동위원소가 붙어 환자가 약을 삼키면 요오드 부위만 방사선을 쏘이게 되지만 환자가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어 격리 치료한다. 방사선 치료는 외부에서 방사선을 쏘이는 치료법이다.

키모테라피는 정상세포나 암세포나 빨리 자라는 세포를 다 공격해서 소멸시킨다. 표적 치료는 타겟 치료다. 표적치료제는 항암제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적은 편이다. 물론 피부문제나 설사, 점막염 등 부작용이 있기는 하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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