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일해나 홍역과 같은 전염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예방접종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 가주에서만 백일해 환자가 8000명 이상이 진단되고 그중 250명 이상 입원하고 58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이중 대다수가 신생아나 2세 미만의 어린이들이었다. 또 디즈니랜드에서 집단적으로 감염된 홍역도 역시 예방주사만 맞으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인데 미국 내에서 대량으로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기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의 예방접종에 대한 다소 모호한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정치계로 까지 이슈가 번지고 있다.
예방접종은 현대의학에서 이룩한 가장 큰 업적중 하나인데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바이러스(small pox)에 대한 면역법을 발견한 것이 예방접종의 시초로 본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천연두는 걸리면 대다수가 사망하고 살아남더라도 심한 흉터가 남는 매우 무서운 병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천연두에 걸리고 나면 다시는 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천연두에 걸린 사람에게서 면역물질을 얻어서 일반인에게 접종하면서 인류를 천연두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아마비나 홍역 등 과거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남겼던 병들이 예방접종을 통해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가정이 늘고 있고 근거 없는 소문까지 가세하면서 공공보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물론 드물게 예방접종을 한 후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부작용의 빈도나 정도가 미약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인한 득이 실보다 더 크다고 본다.
예방접종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1990대 영국의 유명의학 잡지 란셋(Lancet)에서 예방주사와 자폐증과의 관계가 발표된 것이다. 그 후 다시 이 연구를 분석해본 결과 연구 자체가 심하게 왜곡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이 때문에 이 연구의 저자인 앤드류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잃게 되었다. 하지만 이 논문 발표 이후에도 일반인들의 의혹은 가시지 않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를 거부하는 부류는 대개 경제적으로 더 잘살고 학력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근거 없는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공공의 건강도 위험한 처지에 이르고 있다.
또 일부에서 여러 종류의 백신을 한 번에 묶어서 접종하는 경우 다른 종류의 백신끼리 반응을 일으켜서 인체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서 홍역, 볼거리, 풍진(MMR)을 한꺼번에 접종을 하는 것은 편리하게 접종하기 위한 것이고 이 때문에 부작용이 더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볼 때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15명중 14명(93.5%)이 그 병에 대해서 면역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백신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해서 면역율이 낮아지면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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