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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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이용하는 약들

2015-0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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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민영 / 내과 전문의

이 제목을 보시는 분들이 “부작용을 이용하다니, 이것이 무슨 뜻일까?”라고 생각하실 듯하다. 좀 더 설명을 해드리면 모든 약에는 약간의 부작용이 따르는 법인데 이 부작용이 어떨 때는 그 약이 원래 훨씬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 나중에 발견되어 이 부작용을 치료에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일 유명한 약이 ‘바이애그라’(Viagra)이다. 이 약은 처음에 심장병 치료제로서 개발되었는데 임상실험을 해보니 심장병 치료 효과가 별로 없어서 폐기 처분될 운명에 처했다.

그런데 이 약을 복용했던 많은 환자들이 이 약을 먹고서 시도 때도 없이 발기가 되는 바람에 곤란했다고 하는 불평을 했었다.


이 화이저 제약회사의 직원들이 실험을 해보니 실제로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 약을 심장 치료제로 연방식품의약청(FDA)에 신청하는 것을 취소하고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FDA에 신청하여 특허를 받고, 화이저 제약회사 역사상 최고의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다. 2012년 한해 미국 내 매출이 200억달러 정도였다.

참고로 바이애그라는 몸의 여러 부위의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남성 성기의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발기가 안 되던 문제를 사상 최초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또 최근에 바이애그라를 사용하여 ‘폐고혈압’을 치료하는 효과도 발견되었다(참고: 협심증 치료제인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바이애그라를 사용하면 안 된다. 급격한 혈압 강하 및 쇼크를 일으켜서 위험하게 된다).

또, 전립선 치료약 중에 ‘프로스카’(Proscar)라는 약이 있는데, 이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약의 제약회사는 ‘프로페시아’(Propecia)라는 다른 이름으로 FDA에 발모 촉진제로 특허를 신청하게 되었다.

또, 최근에는 당뇨약 중에 체중감량 효과가 좋은 약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회사들은 이 약들을 ‘체중감량제’로 FDA에 새로 신청하여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 중에 ‘빅토자’(Victoza)라고 하는 주사제가 있는데, 최근에 FDA가 고도 비만 치료제로서 승인을 해주었다(참고: 고도 비만이면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 빅토자를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약을 56주간 사용하면 체중의 8%를 감량할 수 있다(예: 체중 100kg인 사람은 8kg를 줄일 수 있다).


이 약 외에도 자누비아(Januvia), 인보카나(Invokana) 같은 경구복용 당뇨 약들도 체중이 상당히 빠진다. 결국 이 약들도 비만 치료제로 FDA에 새로 신청하여 허가를 받을 것 같다. 그 외에 약의 부작용을 이용하는 케이스를 알아보자.

항히스타민제인 베나드릴(Benadryl)이나 하이드록시진(Hydroxyzin)이 졸리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이 약들은 수면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약들이 있는데, 필자는 이런 약을 처방할 때 ‘사람도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는 비유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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