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환자 A씨는 약 1년 전부터 항문 부위의 출혈과 이물감 및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단순한 치핵으로 생각하고 좌약과 좌욕으로 치료를 해 보았으나 점점 증상이 악화되고 항문으로부터 점액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직장 수지검사 상 항문 바로 위쪽으로 딱딱한 작은 덩어리가 만져져 조직검사를 한 결과 항문의 편평상피 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으로 진단됐다. A씨는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을 병행해 현재 1년째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항문암은 항문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평균적으로 60세 전후에 진단되는 드문 암이다.
한국에서는 10만명 당 0.4명, 미국에서는 1.7명 정도 한해에 진단된다고 본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흔하며 최근 10년간 증가 추세에 있다. 항문에는 여러 종류의 암이 생길 수 있으나 특히 편평상피 세포암이 가장 흔하다.
항문암의 위험요인으로는 앞서 언급된 50세 이상의 연령과 더불어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감염이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여성에서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 실질적으로 자궁경부ㆍ외음부ㆍ질암의 병력이 있는 경우 항문암의 발생위험성이 증가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감염이 있는 사람과의 피부 접촉으로 옮을 수 있다.
따라서 성관계 대상자가 많거나 항문 성교 등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그밖에도 항문부위의 잦은 염증성 질환, 장기 이식 후 면역 억제제 사용,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e deficiency virus) 감염 및 흡연 등도 위험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종적으로는 흑인에게 특히 발생 빈도가 높다.
따라서 항문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피하고 콘돔 등을 사용해 인유두종 바이러스나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청소년기 여성에게 Gardasil이나 Cervarix 등의 예방접종을 하여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예방하는데 항문암 예방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암 예방법인 금연이나 건강한 식생활 습관도 물론 도움이 된다.
항문암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항문과 직장에서의 출혈, 항문 부위의 종괴감, 항문과 항문 주위의 통증, 항문 주위 가려움, 항문으로부터의 분비물(점액 분비), 배변 습관의 변화, 배변 후 잔변감, 변실금이 있다.
대개 직장 수지검사로 항문 내 종괴가 만져지고, 이를 조직 검사해 확진하게 된다. 일단 암이 진단되면 전산화 단층촬영(CT), 흉부 X-선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또는 PET-CT) 등을 통해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병기가 정해진다.
과거에는 주로 수술요법을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을 병행하는 치료가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항문의 괄약근을 보존할 수 있다. 치료의 결과도 좋아 2기 이하의 암인 경우 완치율이 60~70%에 이른다. 그러나 치료의 부작용도 있어 일반적인 항암 화학요법의 부작용 외에도 항문 주위 점막 및 피부의 염증, 통증, 배변 습관의 변화, 배뇨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국소 재발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추적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의 (213)388-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