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우윤미 ㅣ 소유의 덫
2015-01-05 (월) 12:00:00
요즘 세상은 모든 것이 흔하다. 옷을 떨어져서 버리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안 들어 버리는 게 더 많지만 대수롭지 않다. 그 비싼 휴대 전화도 고장이 나서 바꾸는 것보다 쓰다가 질려서 바꾸는 게 더 많은 세상이니 말이다.
어려운 시절을 겪은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 세대가 우리 세대를 향락과 낭비로 사는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오기 위해 중국에서 나와 함께 지냈던 8년 간의 물건을 정리해야 했다.
소박하게 살고자 했지만 어찌나 물건이 많은지 거짓말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버려야 할 물건이 열 상자도 넘게 나왔다. 그 안에는 한 번 쓰고 책상 구석에 쳐 박아 둔 수첩들과 한 번도 입지도 않은 옷들까지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열 상자를 기부 센터에 모두 갖다 주고는 앞으로는 ‘갖고 싶은 것’은 사지 말고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 보니 신기한 것도 많고 예쁜 것들도 많아 나는 다시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인간은 정녕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새해를 맞아 물건을 정리하다가 문득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보면 스님은 집에 둔 식물이 걱정이 되어 집을 나가서 하루 종일 생각하다가 그것이 ‘집착’임을 깨닫게 되셨다고 하였다. 인간이 어떤 것을 소유하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착은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어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수록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많은 물건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지게 마련이므로 그만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적어지게 된다. 옛말에 ‘부잣집 떡개는 작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또한 물건이 많으면 그에 따라 내가 책임져야 할 일도 많이 생긴다. 차를 가진 사람은 자동차 보험을 내야 하고 구매 신고를 해야 하고 주차할 곳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물질은 인간을 자유롭게 해 주기는커녕 속박하고 얽어 매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 간다. 새해를 맞으며 다시 결심을 해 본다. 내가 짊어지고 갈 수 있을 만큼만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갖고 싶은 것’보다 ‘필요한 것’만 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