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브래들리 쿠퍼)이 라이플로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 ★★★★]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뛰어난 장인의 솜씨로 만든 잘 생긴 영화이긴 하나 너무 겅-호 마초식의 호전적 영화여서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다. 이라크전에 4차례나 참전해 무려 160여명을 사살한 미 해군 특공대(SEAL)원 크리스 카일의 실화로 총을 사랑하는 이스트우드에게 맞는 소재다.
약간 반복적이요 카일의 내면 묘사와 그와 아내와의 갈등을 비롯한 가족 얘기를 할 때는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으나 매우 긴장감 있고 사납고 또 생생한 작품이다. 특히 볼만한 것은 체중을 많이 늘리고 텍사스 액센트를 써 가면서 카일의 역을 해낸 브래들리 쿠퍼의 듬직한 모습과 연기다.
레드 넥 미국인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영화로 카일은 9.11사태가 나자 “하느님과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해군 특공대에 자원입대한다. 카일의 아버지는 신심이 깊은 사람으로 카일이 어렸을 때부터 사냥을 가르쳤다. 따라서 카일은 총을 잘 쏴 저격수가 된다.
저격수는 표적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적이냐 또는 민간인이냐를 구분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처음에 카일은 대형 수류탄으로 미군을 겨냥하는 어린 소년을 망원 렌즈로 조준하면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갈등한다. 그러나 카일과 그의 동지들은 적을 “야만인”이라 부르면서 “그곳에는 악이 있어 우리는 그 악을 제거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카일은 바에서 만난 타야(시에나 밀러)와 결혼, 아이까지 두고 있지만 그가 전쟁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수록 부부관계는 악화된다. 카일은 집에 있는 것보다 전선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현지에서 적을 골라 단 한 발에 사살하면서 ‘전설’이라 불리게 된다.
먼지와 흙바람과 땀과 피로 얼룩진 전투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졌는데 영화가 이같은 전투와 카일의 저격수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고 있어 긴박감이 약해진다.
한편 카일에 맞설 만한 이라크의 저격수로 올림픽 출전 사격선수가 나타나 신출귀몰하면서 미군을 저격, 재미를 부추기긴 하나 ‘천일야화’에 나 나옴직한 칼 잘 쓰는 페르샤 사나이처럼 보여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전쟁에 4차례나 투입됐던 카일은 마침내 지쳐 제대를 한다. 그리고 그는 귀향해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폭력의 보수가 어떤 것인지를 묻고도 있어 이스트우드 특유의 멜랑콜리한 기운도 스며들어 있지만 어디 까지나 총기예찬과도 같은 영화다. 믿음직한 연기를 하는 쿠퍼가 내면 묘사를 보다 깊이 있게 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R. WB. 일부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