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전화가 온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에 따라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되고,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설득하기로 한다. 상여금을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이 어려운 산드라, 각자 사정이 있는 동료들, 마음을 바꿔 그녀를 지지해주는 동료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거세진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의 줄거리다.
5 아카데미 시상식에 벨기에 대표작으로 출품돼 외국어영화상을 노린다. 영화 전문사이트 IMDB 선정 ‘올해의 영화 10’에 들어있기도 하다.
동료 열여섯 명을 만나기 위해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월요일 아침이 오기 전까지의 주말이다. 원제목 그대로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그녀의 간절한 여정이 이어진다.
이 단순한 구조의 긴장감은 보는 이들을 온전히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첫 번째 요소다. 반복적인 대사와 상황의 연속이지만 동료들 저마다의 다양하고도 타당한 사정은 극을 미묘하게 변주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로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등장하는 동료들의 순서를 산드라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살리는데 맞춰 구성했다. 첫 번째 동료는 산드라가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위해 전화 통화를 거쳐 의견을 바꾸는 인물로 설정됐다. 이후 보다 복잡한 경우들이 발생하면서 관객들은 산드라를 따라 그녀의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종 결정을 지켜보고 어느덧 그녀의 여정을 따라 손가락으로 숫자를 헤아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월요일 아침의 회의실, 확보한 찬성 표는 일곱 혹은 여덟이다. 미지수로 남은 마지막 표 하나가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안긴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찬성과 반대는 각 여덟 표로 나뉘고 산드라는 결국 과반수를 얻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에게 반대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곧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계약직 대신 복직할 것인가. 주말 동안 자신이 동료들에게 물었던 질문을 고스란히 돌려 받은 산드라는 이제 질문이 아닌 대답을 해야 한다. 도덕적 선택의 기로다.
감독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에 놓여있다. 거기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세상을 그런 식으로 나누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영화는 법원이 아니다. 산드라의 모든 동료들은 투표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정당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보너스가 모두에게 꼭 필요한 돈이라는 사실이다. 산드라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원제 deux jours, une nuit, 감독·각본·제작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주연 마리옹 코티아르·파브리지오 롱지온, 95분, 12세이상관람가
<김태은 문화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