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수감됐던 앨런 그로스 “MD 가족 품으로…”
2014-12-18 (목)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국교정상화 협상 개시 선언’이 발표된 17일, 메릴랜드 주민으로 지난 5년간 간첩혐의로 쿠바에 투옥된 상태였던 앨런 그로스(65)가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로스는 17일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로스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은 그로스가 “순진한 휴머니스트였다”며 “정치상황에 따른 위험을 이해 못하고 쿠바로 정부용역 작업을 위해 무작정 떠났을 때 불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연방정부 국제개발처의 하도급업체 직원으로 쿠바 내 유대인 거주지역의 인터넷 장비 설치를 담당하다 쿠바 정보당국에 의해 지난 2009년 구속당했다. 쿠바 당국은 그로스가 반정부 활동을 벌이는 인사들에게 인터넷 장비를 제공해 ‘아랍의 봄’과 같은 반정부혁명을 벌이려 했다는 쿠바내에서 반정부 활동을 벌이려 한 간첩으로 기소해 지난 2011년 15년 형을 평결했다.
지난 5년간 앨런 그로스의 석방을 위해 정부와 가족들은각종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내인 주디 그로스는 형을 선고받기 전인 2010년 10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남편이 한 일이 쿠바 정부에 공격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며 “저와 남편은 이를 진심으로 후회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남편은 쿠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랐을 뿐"이라면서 “미국과 쿠바 양국이 남편을 볼모로 활용하고 있다"며 양국을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주디 그로스는 이달 초 “조국을 위해 봉사한 죄로 남편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 달라고 요청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또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2011년 3월 쿠바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을 면담하고 그로스를 만나 데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기도 했으나 무위에 그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석방과 함께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쿠바 정부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간첩 활동을 하다가 체포된 쿠바 정보요원 3명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은 외교, 교역, 여행 등 50여 년에 걸친 미국 쿠바간의 적대 관계 청산의 물꼬를 트는 획기적인 사건이자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박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