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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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주신 주님처럼 살수 있다면 영광”

2014-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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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티 등 중남미 의료 선교에 삶 바친 전덕자 내과의

전덕자 내과의가 나이 50이 될 때 하나님께 드린 서원은 두 가지였다.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의사의 삶을 살겠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이 칭찬하시는 목자(가정교회 리더)가 되겠다는 것.
전 닥터가 해외 선교지에 가서 의료 봉사를 하는 회수는 일 년에 보통 3, 4 차례. 많으면 네 다섯 번을 갈 때도 있다. 몽골, 아이티, 멕시코, 페루, 자메이카 등 당연히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극심한 생활고와 유학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하려다 주님을 만났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만나주신 주님께 여쭈어 본 질문에 ‘주님처럼 살라’는 응답을 받았지요.”
벅차 보이는 선교 스케줄을 매년 감당하는 이유를 전 닥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주신 예수님을 위해 아무리 드려도 아깝지 않다”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건강한 남성도 견디기 힘든 척박한 곳에서 전 닥터가 하루에 250명씩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너끈히 버티는 데는 분명히 특별한 뭔가가 있다. 그 힘의 원천을 찾아보자면 죽음을 결심했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홍익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온 25세 젊은 여성은 오기와 교만으로 가득했다. 정치학을 공부하려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거친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과 언어 장벽, 문화 충격, 가난이라는 시련을 감당하지 못하고 5년 만에 두 손을 들었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으려고 사케 한 병을 마시고 495 벨트웨이를 돌았어요.”
하지만 예수는 전 닥터를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에서 만나주셨다. 삶의 방향과 목적도 바꿔주셨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수를 대신해) 이웃을 섬기고, 남을 귀히 여기며 아픔과 어려움을 나누라는 것, 영과 육을 치료하라는 명령을 들었다.
그레나다에 있는 세인트 조지스 의대에 입학했을 때 나이는 34세. 모든 과정을 마치고 감염 전문의가 됐을 때는 44세의 중년에 이르러 있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것은 어머니와 현재 중보기도사역을 하는 언니 전순옥 씨의 기도와 희생도 큰 몫을 차지한다.
서원 대로 시골 도시에 가서 봉사의 삶을 살던 전 닥터는 2009년 몽골을 시작으로 본격 해외 의료 선교에 나서게 됐다. 지금까지 총 14차례를 다녀왔고 내년에도 1월 자메이카, 6월 11월 아이티, 7월 멕시코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 번 가면 머무는 동안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는 게 보통이다. 하루 20명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토록 많은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도 어쩌면 기적이다.
전 닥터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의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도록 기도 한다”고 수퍼 닥터가 되는 비결을 공개했다.
전 닥터는 최근 비영리 구호단체 ‘오픈 핸즈 미션’을 세웠다. 구제와 선교, 제자 양성에 주력하는 기관이다. 혼자 보다는 뜻을 같이하는 봉사자들과 함께 하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본인 스스로는 6대주에 선교사와 신학생을 한 명 이상 도우려 하고 있다. 지난 해는 수입의 22%를 드렸고 올해는 30%를 목표로 세웠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하지요.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받은 것을 흩으라고 동료 의사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왜 의사가 됐는지 생각해 달라는 부탁이다.
워싱턴에서는 이미 협력 선교가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여선교회연합회 회장을 지냈던 최정선 권사, 굿스푼선교회의 김재억 목사, 그리고 아이티의 백삼숙 선교사가 팀웍을 이뤘고 내년 자메이카 선교에도 버지니아에서 두 명이 합세할 예정이다.
작년 12월 제스퍼라는 곳에서 일하다 새 직장으로 옮길 때 마지막 환자가 찾아왔다.
“아파서 온게 아닙니다. 당신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입니다. 그 사랑과 섬김을 오랫동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전 닥터는 간접적으로 하나님의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미국 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이 쓴 그림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살아가는 그는 자신도 독신이면서 ‘평생 주님을 위해 일했지만 자녀도 없고 갈 곳 없는 분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세우는 꿈을 꾸고있다.
missiondj@gmail.com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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