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지맑음 ㅣ 화려한 무대를 내려와

2014-11-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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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음악의 선율과 내 목소리를 통해 내 마음을 표현하고 감동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여럿이 있는데 그들은 놀라운 가창력과 표현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니는 인간적인 됨됨이까지 그들을 성공적인 가수들로 완성시키는 것 같다. 퍼포먼스란 관중을 상대로 음악적으로나 드라마틱하게 육체 그 자체로 표현하고 실행하여 보여지는 행위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학 전공을 하면서 “퍼포먼스”라는 세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 다방면으로 느끼고 배웠다. 가볍게는 사람들의 기분을 한결 나아지게 해주고 더 크게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을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좋아하는 가수들, 스타들을 그 누구보다 더 따르고 의지하며 주위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홀해지게 하기도 한다.

이런 많은 이유에 있어서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에게 공연하는 그 자리의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화려한 무대 조명을 벗어나서도 선한 영향력이 이어지는 것, 그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심하게도 이런 저런 책임감은 원하지도 않고 그럴 의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빛나는 자리를 지킬 자격 또한 유지할 수 없는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짝 하는 그 몇 분의 감동의 선율을 넘어서 실질적인 이바지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 찬란함에 눈이 멀어 더 큰 자기 욕심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고아와 과부, 소년가장들을 찾아가고, 외로움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히거나, 자살충동, 가정폭력 등으로 길거리에 떠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준다면 어떨까.

무대를 내려와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빛을 비추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욱이, 대중들이 열광하는 스크린 속에 빛나는 사람들이 이런 소외된 곳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앞장선다면 얼마나 그 파장이 대단해질까.

하나님께서 부유함을 누리는 걸 허락하셨다는 데에는 그 풍요로움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남을 도우라는 의미일 텐데도 부와 가난의 격차는 점 점 더 심각하게 벌어지고만 있다. 돈, 명예, 권력 등의 도구들을 지혜롭게 사용하여 도움을 호소하는 방방곳곳에 잘 쓸 줄 아는 더 많은 선한 사람들이 절실하다. 더불어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을 만드는지 당연한 상식인 것 같으면서도 우리는 버젓이 거스르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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