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아트’개관기념 5인전… 수잔 백 관장“재미있는 전시공간 만들 것”
백 아트의 건물 외관.
개관전이 열리고 있는 백 아트 전시장. 수잔 백 관장은 재미있는 전시를 많이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라시에네가 남쪽, 워싱턴 블러버드가 교차하는 컬버시티 일대에는 크고 작은 수십 개의 갤러리들이 화랑가를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소나 창고 같은 허름한 건물들이 퍼져 있는, 다소 비문화적(?)으로 보이는 곳이지만 요즘 주류화단에서 꽤 잘 나가는 컨템포러리 전시장들이 두세 집 건너 하나씩 터전을 잡고 있다. 이 지역에 갤러리들이 모여든 것은 불과 10년 안팎으로, 과거 라시에네가 북쪽에 형성됐던 세련된 화랑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컨템포러리 갤러리들이 자유스럽고 개방적인 군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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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아트(Baik Art)는 이 화랑가의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라시에네가와 베니스 블러버드 코너에 오도카니 붙어 있는 흰색의 작은 건물. 앤드류샤이어 갤러리의 공동대표였던 수잔 백 관장이 오랫동안 찾고 다듬어서 만든 갤러리다.
“아주 재미있는 공간이에요. 작지만 가능성과 융통성이 많고 다면적 성격을 가진 건물이지요. 공간의 성격이 뚜렷해서 작품 선정도 중요한 과제랍니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아트가 되는 곳이죠. 바깥의 외벽을 이용하면 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구 중이구요”9월13일 시작된 개관전 ‘핸즈 어크로스 더 워터’(Hands Across The Water)는 방 하나 크기의 공간에 일부러 더 작품을 적게 걸어서 분위기가 완전히 미니멀하다. 이 전시는 한국과 동남아의 대표적 중견 작가들인 한용진, 최태원, 아마드 자키 안와(Ahmad Zakii Anwarㆍ말레이시아), 코 렁 키앙(Kow Leong Kiangㆍ말레이시아), 헤리 도노(Heri Donoㆍ인도네시아)의 5인전으로, 이들은 1년 전 백 아트가 제공한 한국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청돼 제주도와 서울에서 2주 동안 함께 여행하며 서로의 예술세계를 나누는 공동생활을 통해 창작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고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artist residency)는 수잔 백 관장이 특별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프로젝트다. 제주도 프로젝트 이전에는 멕시코 문화 레지던시를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내년에는 제주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두 작가 헤리 도노와 아마드 자키 안와를 LA 샌타모니카에 한 달간 머무르게 하는 레지던시를 제공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소개한 백 관장은 그러나 백 아트를 한국과 동남아 작가들, 아시아 작가들의 화랑으로 브랜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 중에는 미국 큐레이터들에게 아시아 미술계를 소개하는 레지던시 계획도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미술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주류화단의 큐레이터들은 거의 대다수가 한국을 가 본 적도, 한국 작가들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백 아트를 어떤 갤러리로 만들어갈지 흥미롭게 지켜보라고 한다. 아니 어쩌면 기획자가 아니라 관람자들이 정체성을 규명하는 갤러리가 되는 것도 재미있을 법하다.
백 아트는 11월에 LA 작가 3인전을, 내년 2월에는 한국의 사진조각 작가 권오상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다.
Baik Art 2600 S. La Cienega Blvd. LA, CA 90034www.baikart.com, (310)842-3892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