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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색.영혼 담은 비대칭의 소박미

2014-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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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후원, 도예가 지산 이종능 ‘토흔의 나들이’전

▶ 20일까지 갤러리 코리아

태초의 색.영혼 담은 비대칭의 소박미

이종능 작가의 ‘토흔’ 작품들

흙의 사나이, 지산 이종능 도예가가 작가의 독창적인 흙의 세계로 비대칭의 소박미를 추구하는 토흔 도예작품을 가지고 이달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이우성) 갤러리 코리아에서 뉴욕 관람객들과 만난다.

모든 흙은 고열(1,250도 이상)에서 원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유약의 색에 의존하지만 토흔은 태초의 그 색을 불속에서 그대로 간직하면서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도예세계이다.

그는 흙이 되어 흙이 시키는 대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 그래서 결국 흙을 닮아 흙 같은 사람이 되어 버린 도예가라 할 수 있다. 조선의 흙이 되려고 애 쓴 그는 조선의 흙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른 나라의 흙을 배운 사람이었다.


“흙과 불은거짓말을 안합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흙은 곧 사랑입니다. 그리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작가인 지산은 1일 오후 6시 프리뷰 및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20일까지 ‘토흔의 나들이’란 제목으로 도예전을 갖는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는 ‘태초에‘, ‘백자 달항아리‘ 연작, ‘기분 좋은 날‘, ‘내 어릴적에‘, ‘봄의 향연‘, ‘이 생명다하도록‘ 등 ‘어떤 계파나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창작 욕구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도예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의 흙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도예작품들이 선보인다.

작가는 대학 4학년 때부터 이천에서 방을 얻어놓고 본격적인 흙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 도자기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인 90년부터는 93년까지 하던 작업과 대학원 진학을 접어두고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몽고는 물론 실크로드까지 답사하며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흐름을 3년 동안 몸소 체험하면서 열정적인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일본의 도요지를 답사하고 일본 박물관에서 우리선조의 얼과 예술적 깊이가 담긴 도자기를 보면서 우리의 문화재가 강제로 건너온 과정을 떠올리며 쓰린 가슴을 달래기도 했고 중국의 명차 산지인 운남성(시수안 반나, 멍하이), 명요(건요, 길주요, 경덕진 등)를 몸소 체험하며 도자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며 동양3국의 도자문화의 깊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는 86년 KBS·NHK 공동제작 ‘고향을 어찌 잊으리’에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가고시마 사쯔마 야끼의 대가 심수관 선생의 1대조 심당길 도공 대역으로 물레를 차면서 한국과 일본의 도자에 얽힌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작가는 도예가로서 뜻밖의 참변을 만나 도예인생을 포기할 뻔한 순간을 맞은 적도 있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업 중 뜻밖의 사고로 도예가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된 것. 그러나 작가는 더 부단한 열정과 더 뜨거운 노력으로 손가락 절단의 운명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의 도예세계를 만들게 된다.

도예가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그해 열린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도예 초대전을 연 것을 비롯하여 2004년에는 세계 각국의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 23인( AIG, 3M회장 등)의 부부찻그릇을 제작함으로써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전 세계를 돌며 경제력 관점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의 향훈에 심취한 그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도자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2007년 9월에는 대영박물관에서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을 열어 지산만의 자유분방한 도예 세계로 또 한 번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이때 선보였던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은 것 같은 달항아리는 ‘백색의 달항아리의 계보를 잇는 달 항아리 연작’을 선보였던 일본의 도쿄, 오사카 전시회 때도 일본방송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도자에 내재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미의식이 ‘비대칭의 소박미’라고 주장하는 그는 비대칭과 소박미와 함께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아름다움이 있는 ‘토흔’ 작품과 도자벽화를 비롯해 2007년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을 것 같은 백색의 달항아리의 계보를 잇는 일련의 달 항아리 연작들과 차도구 작품 등 70여 점을 보여준다.

▲장소: 문화원 갤러리 코리아, 460 Park Ave., 6th Floor, NYC(파크애비뉴와 57가가 만나는 곳)▲문의: 212-759-9550(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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