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춘추] 종교의 힘

2025-04-18 (금) 12:00:00 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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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전 튀르키예와 그리스를 다녀왔다.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초기 기독교가 시작 되었던 곳이다. 신약 성경의 중심 저자인 사도 바울은 지금의 튀르키예와 그리스 지역을 다니면서 전도를 하였고, 사도 바울의 전도로 처음으로 교회들이 세워진 지역이다. 그래서 전 세계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성지로 생각하여서 사도 바울이 다녔던 곳을 따라 순례를 하고 있다. 필자도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튀르키예와 그리스 여러 지역을 방문하였다.

필자가 방문한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가파도키야라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방문한 곳으로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초기 기독교 성도들이 겪은 신앙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대부분 바위산 이기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곳 이었기에 초기 기독교 성도들에게 이곳은 여러 박해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될 수 있었다.

이곳 바위산은 화산암 이기에 인위적으로 굴을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곳 바위 산 곳곳에 굴을 파서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면서 신앙의 지킬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데린쿠유라는 곳이 있는데,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이다. 데린쿠유는 지하 55미터 지하 8층 규모의 거대한 지하도시이다. 이렇게 어마 어마한 지하도시가 생기게 된 것은 히타이트가 멸망을 하면서 도망을 가던 히타이트인들이 지하 동굴을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그 이후 로마 박해를 피해 그리스도인들이 피난처로 삼게 되면서 지금의 거대 지하도시가 생겨났다고 한다.


로마 박해가 끝난 이후에도 이곳에 살던 그리스도인들은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것을 알지 못한 채 이곳에서 계속 살았고 약 2만 명 정도가 180여년동안 거주하였다고 한다. 이곳은 박해를 피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평생을 지내면서 자식도 낳고 키우고 죽음까지 맞이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 지하도시에는 침실, 부엌은 물론 장례를 치루는 곳, 시체를 매장하는 곳까지 있다. 지금은 곳곳에 전등이 달려서 내부를 육안으로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칠흑과 같은 어둠속에서 손으로 벽과 바닥을 더듬으면서 지내야 했던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발견된 유골을 보면 비타민 D가 부족하여 곱추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거대 지하 도시를 만들게 된 이유, 그리고 이곳에서 180여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생활 했던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자신이 믿는 신앙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데린쿠유 같은 거대 지하도시 뿐 아니라 튀르키예와 그리스 곳곳에는 종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건물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일 것이다.

두 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건축물들이 많이 있는데 그 대부분은 종교와 관련된 건축물들이다. 인간의 한계성을 뛰어넘는 건축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종교의 힘 때문이다. 이처럼 종교의 힘은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문화 유산을 남기기도 하지만, 십자군 전쟁과 같은 끔찍한 비극도 낳게 된다.

종교가 가진 위대한 힘은 긍정적으로 쓰일 때는 인류를 발전시키고 인간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지만, 부정적으로 쓰여지게 될 때는 어떠한 재앙보다 더 끔찍한 비극을 낳게 된다. 이것이 종교의 힘이 가진 양면성이다. 이러한 종교의 힘은 오늘날 시대에도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바라기는 인간 삶에 비극을 일으키는 종교가 아닌, 인간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종교의 힘이 발휘되어 혼란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다시금 새롭게 할 수 있는 종교의 힘을 기대해 본다.

<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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