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틀 전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이 지나갔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북돋아준다. 하지만 올해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혼란과 불안 속에서 부활절을 맞이했다. ‘미국의 부활’을 외치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당긴 관세전쟁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탈세계화로 요약된다.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일사천리로 부과된 관세폭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초토화됐다. 특히 뉴욕증시의 하락폭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뉴욕증시의 시가총액 중 11조1,000억달러가 사라졌다. 미국의 혁신에 베팅했던 전 세계 투자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고, 401(k)와 같은 퇴직연금에 가입했던 미국 국민들도 계좌가 쪼그라들어 은퇴 시기를 미루고 있다.
물론 1기 행정부 때도 무역전쟁이 있었지만, 2기 행정부가 불을 당긴 무역전쟁에 비하면 아이들 싸움 수준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은 가히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파급력 갖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1기 때와 달라진 점은 재정적자 감축에 올인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조1,500억달러에 달하는 과도한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관세 수입을 통해 충당하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무역 흑자국의 관세 장벽으로 간주하며, “무역 흑자국이 벌어들인 돈만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70~1913년에엔 관세가 유일한 돈(세수)의 형태였고 그 당시 우리는 상대적으로 가장 부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과 2025년을 비교하면, 미국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강한 나라로 바뀌었다.
1910년 국내총생산(GDP)은 430억달러였고, 2024년은 28조달러로 6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GDP도 1910년에는 5,300달러, 2024년은 8만5,000달러로 16배 이상 증가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와 같은 글로벌 혁신기업이 쏟아져 나오면 미국을 풍요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농업이 산업형태의 대세를 이뤘던 1900년대 초반과 현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관세가 연방정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방정부의 소득세 수입은 2조달러가 넘지만 관세 수입은 837억달러로 1.7%에 그치고 있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관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높아지고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를 51번째주로 병합하겠다는 엄포에 뿔난 캐나다 국민들은 미국 관광을 줄이고 있고 미국산 물품 보이콧에 들어갔다. 유럽과 중국의 반격도 향후 엄청난 파급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조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진짜 명의는 최소한의 마취로 환자의 환부만 핀포인트로 도려내지 이곳 저곳에 메스를 대지 않는다. 이미 체력이 소진된 환자의 몸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 중인 각종 정책이 미국 경제가 부활하는 시발점이 될지 먹구름을 몰고 오는 단초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박홍용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