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요 칼럼] 순간을 포착하는 힘

2025-04-22 (화) 12:00:00 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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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인물 중에 한국의 이삭 토스트 김하영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60대 여성 경영자다. 그녀의 사업 성공 이야기가 회자 되고 있다. 필자는 그녀의 성공보다 그녀의 인품과 경영 가치관에 마음이 더 머물렀다.

김 대표는 지방의 대학가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다 어느 날 그녀의 삶에 전환점을 맞는다. 가게에 손님으로 온 여학생의 조언으로 삶의 판도가 바뀌었다. 토스트에 소스를 바르면 더 맛있을 거라며 토스트 재료까지 말해주었단다. 소스의 배합과 비율 연구는 김 대표의 몫이었다. 중요한 것은 여학생의 말이 김 대표의 가슴에 새겨져 잊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몇 개월 동안 소스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성공했던 거였다. 그 소스가 지금의 이삭 토스트를 있게 한 원인이 되었단다. 김 대표는 여학생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오랫동안 찾았는데 그날 이후로 다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작은 일에서 시작된 일이 오늘날 이삭 토스트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김 대표는 스쳐 지나칠 수 있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기회로 삼았다. 그날 여학생의 제안을 듣지 않았다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이삭 토스트는 현재 한국에 900개의 가맹점이 있고 연 매출 2,2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일반 직원들처럼 월급을 받는 제도를 도입해 실행했다. 본인은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웃과 사회에 아낌없이 선행을 베풀며 산다. 자동차도 없고 거주하는 집의 물건들은 보통 30여 년이 넘은 것들이었다.


김 대표의 삶은 이타적이다.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손을 펴고 나누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누군가 그녀에게 소스를 다량으로 생산해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그녀는 사양했다고 한다. 이유는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더 놀라운 것은 직원들의 복지 혜택이다. 직원들의 생일, 결혼, 출산, 승진, 그 외 경조사는 물론이고 일정 기간 난방비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사회에 기부하는 기부금도 상당하다. 상황이 어려운 노점상인 부부에게 적지 않은 창업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우연히 베푼 사랑의 손길을 계기로 이삭 토스트 가맹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기업 경영 철학과 가치관, 삶에서 나오는 인격의 향기가 마음에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김 대표는 삶의 본질과 비본질을 잘 아는 리더다.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자신을 낮추고 겸손히 경청하고 수용하는 품격있는 태도가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다. 삶은 때로 큰일이 아니라 소소한 일에서 변곡점을 맞는 듯하다. 순간을 포착하는 안목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삶을 거시적으로 보는 통찰력과 직관력이 있었던 거였다. 평소에 마음 근육이 잘 단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와 같은 리더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현실에 한 줄기 빛이 내려앉는다.

<박영실 시인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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