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성은지 ㅣ 아는 사람
2014-09-29 (월) 12:00:00
어제와 그저께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K-tech컨퍼런스에 통역원을 맡아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담당한 회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방사능 측정기와 전자파 측정기를 주요 품목으로 내세운 회사였다.
처음 보는 분과 일하게 돼서 떨리기도 하고 기술 관련 행사여서 기술 전문 용어들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회사 담당자 분과 통성명 하는 순간 같은 성씨라는 걸 알게 되었다. 회사 담당자께서 하신 성씨는 창녕 성씨 하나라는 이야기를 나도 부모님한테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금방 편해질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도움되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먼 친척 같았다. 한국에서 오신 분이었지만 자주 출장을 나가는 사업 특성과 공학 박사 출신으로 공학과 기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 동창이 많으신 덕분에 근방에 친구분들이 많았다. 컨퍼런스에 아는 분도 많았고 따로 불러서 식사할 친구분도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타지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며 즐겁게 계실 수 있어서 보기 좋았다. 그날 일을 마치고 버클리에 돌아오자 7시반이었다.
서둘러서 한 식당을 향했다. 8시에 고등학교 후배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였다. 작년에는 내가 다니던 프랑크푸르트 국제학교에서 우리 대학에 온 후배는 없었는데, 이번 신입생 중 한 명 있었다. 후배가 학교에 오기도 전에 이 후배와 친한 동창한테서 잘 챙겨주라는 연락을 먼저 받기도 했다.
내 위로는 우리 고등학교 출신 선배가 한 명 있었고 우리 학년에 나, 이제 후배 한 명까지 한인이 많은 우리 대학에서 같은 고등학교 출신은 달랑 세 명이니, 신기해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오가다 얼굴 몇 번 본 적밖에 없어서 이름도 모르던 친구인데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히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크고 넓은 세상에서 알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신기하고 편한 것은 당연지사인 듯하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학연이 시작되는 거냐는 걱정이 되었다. 학연, 지연, 혈연과 단순한 지인과의 교류나 반가움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는 애매하기에 더 문제가 복잡한 것 같다. 사회에서의 공과 사를 지혜롭게 구분 짓는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