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광희 ㅣ 정무수석의 아둔함과 과한 시위대 피켓문구

2014-09-25 (목) 12:00:00
크게 작게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마치고 돌아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여론과 비난하는 여론이 뚜렷이 각을 세우며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물론 환영하는 여론은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며 비난하는 여론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현 정부가 재빠르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3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환영하는 여론이든, 비난하는 여론이든 그렇게 곱게 보이지는 않아 씁쓸함만을 남겼다.


특히 미국 방문을 환영하며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준 경우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나 청와대에서 압력을 넣거나 힘을 쓴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들게 한다.

한 예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미주 지역 한인 단체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 반대여론에 대해 묻고 이에 대한 대처를 상의(?)한 것이다.

물론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방미를 하는데 비난과 반대여론이 들끓을 경우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곤욕스러울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정무수석이 미주지역 단체장들에게까지 전화를 해서 분위기를 어떻게 해보려고 시도했다는 것이 참으로 가관이다. 제발 정무수석이면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미주지역 한인들의 너무 막 나가는 모습도 우려가 앞선다.

아무리 밉고 맘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경축 비행기 추락’ 이라든가 ‘죽은 아이 살려내고 너도 당장 죽어라’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과도한 느낌이 든다. 시위피켓 문구도 감정대로가 아니라 지혜롭게 잘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

물론 현 정부는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문제점을 남겼다. 누가 봐도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탈출해서 살아남은 세월호 승객 외에 현정부에 의해 구조된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 사고의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비판 받을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엔총회 주변에서 시위를 하며 사용한 구호는 너무 나간 느낌이다.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행태를 비판해야지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방문하는 대통령의 인격까지 몰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어느 것이 옳은지 생각중인 중립지대에 서 있는 사람들까지 멀어지게 만드는 우를 범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광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