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최현술 ㅣ 시간이 걸려야 이루어지는 일들

2014-09-0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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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오늘날의 전자 산업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지난 30년간의 변화속도를 감안해보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의 발전에 사용자들의 적응부진으로 노예가 되다시피 끌려간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이렇게 효과적으로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달되지만 긴 시간이라는 변수를 대치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훌륭한 포도주,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 신뢰하는 인간관계, 기도와 묵상은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작가 글래드웰은 상위1%의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결정적인 성공비결로 “1만 시간의 법칙”을 찾아냈다. 적어도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한길을 향해 끈임 없이 노력한 결과로 세기적인 음악가 되고, 최상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운동선수 그리고 빌 게이트가 태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1만 시간이라는 숙성훈련기간의 피나는 노력은 필수조건이다.


1만 시간이라는 끊임없는 용광로 과정을 통해 변모한다면 우리도 도의 경지로 나아가 예리한 통찰력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영성 세미나에서 나눔을 꺼리고 있던 중년 남자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일어나서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더듬는다. “여보, 정말로 사랑해. 30년 동안이나 가슴속에 묻어둔 이 말을 못해준 것이 마음에 걸리네.” 찬물 끼얹었듯이 우리 모두는 숙연해졌었다. 젊은이들의 입에 발린 사랑한다는 그 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30년이나 걸린다.

다음 10년의 1만 시간을 참다운 삶을 위한 준비시간으로 채우려면 오늘 나의 선택은 무엇일까? 우리는 삶의 구비에서 만나는 위기와 도전 속에 꿈틀거리는 새로운 창조를 또 슬픔과 상실 그리고 패배의 순간에서도 지혜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단지 흘러가는 세월에 자신을 내맡기지만 말고 그 시간을 참다운 삶이 거쳐 가야 하는 숙성과정이라 믿는다면 매일의 목적은 달라질 것이다. 법정스님은 참다운 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하고 의미를 채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빈 껍질뿐이라 한다. 화초에 물 주듯 꾸준하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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