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주디이 ㅣ 수더분한 사람이 좋은데
2014-07-22 (화) 12:00:00
너무 톡톡 털면 복이 나간다.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없다. 자라면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 모두가 까탈스럽지 않고 수더분해야 주위에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줄 뿐 아니라, 본인도 편안하다는 교훈 일 것이다.
나는 우리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얼마나 까다로우셨는지, 우리 할머니와 같은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할머니”하면 손주들이 때 묻은 손으로 만지고 매달려도 그저 예쁘기만 해서 안아주고 업어주며 쓸어주는 그런 분이 아닌가? 오히려 분별없는 사랑 때문에 손주들 버릇을 나쁘게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 할머니는 반평생 시골에서 사시다가 우리 집으로 오시어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와 사셨다. 시골 생활을 오래 하신 옛날 분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시고 톡톡 털어내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아쉽게도 할머니 사랑이란 것을 난 모른다.
우리 집은 옛 한옥으로 댓돌 위를 거쳐 대청마루에 올라서면 왼쪽은 안방, 바른쪽에는 건넌방이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그 건넌방에 계셨고, 그 건넌방을 통해 갈 수 있는 또 다른 방이 있었다. 우리는 그 다른 방을 할머니 방을 통해 쉽게 갈 수 있음에도 마당으로 내려가 신을 신고 돌아서 그 방으로 가야만 했다.
지나다니면 먼지 떨어진다고 못 지나게 하셔서 그랬다. 그래도 후다닥 뛰어 지나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노기 띠신 얼굴과 손에 들려있는 걸레는 잊혀 지지 않는다. 그렇게 모나게 깔끔하셨던 할머니는 당신의 옷도 식구들의 옷과 섞지 않고 따로 빨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할머니는 번잡스러운 것과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셨을 뿐 며느리인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하지는 않으셨다 한다.
그렇게 할머니의 사랑을 모르는 채 할머니는 돌아 가셨다. 그때 내가 좀 철이 들어 할머니의 성품을 이해하고 받아 드렸다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도 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단점은 잘 파악해도 막상 자신을 알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나를 보면 그런 할머니 손녀 아니랄까봐 톡톡 털고 있는 나를 어쩌랴!
나는 손녀들이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 식탁 의자에 타월을 씌운다. 이다음 아이들이 기억하게 될 할머니는 불편한 할머니가 아닐까 염려되나 고칠 수가 없다. 미운 할머니를 닮아서 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