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시 아이 워즈 히어 (Wish I Was Here) ★★★½(5개 만점)
▶ 잭 브래프 감독·주연 감동 있는 가족드라마
에이단(가운데)이 아들 터커와 딸 그레이스를 데리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배우인 잭 브래프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주연한 소박한 가족 드라마 ‘가든 스테이트’를 만든지 10년 만에 역시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겸한 차분하게 감정적이요 사실적이며 마음을 파고드는 가족드라마로 코미디 터치를 가미해 심각한 플롯을 경쾌하게 처리했다.
죽음과 종교와 가장으로서의 가족 생계유지와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으려는 고집 등 우리가 일상 겪는 문제들을 힘을 주지 않고 약간 변덕스럽고 자기비하적이며 또 우습고 솔직하게 다뤄 충분히 공감하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삶의 위기를 맞은 30대 가장의 자신과의 타협을 삼삼하게 그린 드라메디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브래프가 사람들로부터 제작비를 십시일반 하는 식으로 후원받은 킥 스타터 영화로 총 제작비 500만달러 중 300만달러(4만6,520명 모금)가 이렇게 조달됐다.
LA에 사는 에이단 블룸(브래프)은 안 팔리는 배우로 오디션마다 뛰어다니지만 최근에 나온 것이 비듬약 광고. 그래서 집안 생계비는 따분한 컴퓨터 일을 해야 하는 직장(남자 동료들의 성희롱을 받으면서)에 다니는 에이단의 아내 새라(케이트 허드슨)가 꾸려나간다. 둘 사이엔 탐보이인 틴에이저 딸 그레이스(조이 킹)와 그의 남동생 터커(피어스 개그논)가 있다.
그런데 힘은 들지만 그런대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에이단의 삶이 암을 앓는 아버지 게이브(맨디 패틴킨) 때문에 균형이 깨어진다. 게이브가 여태껏 지불한 그레이스와 터커의 유대인 학교 학비를 더 이상 낼 수가 없다고 아들에게 통보를 했기 때문.
그런데도 에이단은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기를 거부하면서 학교 교장인 랍비를 면담해 도와달라고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게이브와 현모양처로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남편의 배우로서의 꿈을 말리지 않던 새라마저 에이단에게 배우직업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면서 에이단은 큰 삶의 시련에 직면한다.
가족의 위기를 맞은 에이단은 할 수 없이 아이들을 집에서 교육시키기로 하고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은 자신이 선생 노릇을 한다. 그리고 에이단은 감정적으로 힘이 들면 자기가 14세 때 상상하던 환상의 나라로 들어가 수퍼히로 우주인이 되면서 시름을 잊는다.
서브플롯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에이단의 노총각 동생 노아(조쉬 개드). 노아는 해변의 트레일러하우스에서 두문불출하듯이 혼자 사는 컴퓨터와 만화 속 인물에 빠져 사는 너드로 아버지와 말을 안 한지 1년이 넘는다. 끝에 가서 그와 게이브가 그레이스의 주선으로 화해하는 모습이 가슴을 싸하게 만든다.
종교와 신과(유대인을 자아비판하고 비하하는 대사들이 웃긴다) 죽음과 자신의 꿈과 책임 사이에서 애를 먹는 가장의 갈등 그리고 직면한 가족의 죽음에 대한 당황과 같은 여러 가지 영적이요 심각한 요소들을 모가 나지 않게 서로 잘 조화시켜 엮은 연출 솜씨가 좋다. 아주 희망적인 영화다.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허드슨(코미디언 골디 혼의 딸)의 연기다. 자주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올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매튜 매코너헤이와 여러 편에서 공연했다)에 나온 허드슨이 매우 굳건하고 꾸밈없고 믿음직한 연기를 한다. 이를 계기로 허드슨도 매코너헤이처럼 괄목할 변신을 하기를 기대한다.
R. Focus.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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