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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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중국, 말씀이 답입니다”

2014-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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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족 크리스천들과 신학교 22개 세운 김순남 선교사

“요즘은 선교사들이 세운 것보다 한족들이 세운 신학교가 더 많습니다.”
김순남 중국 선교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중국 전역을 돌며 신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김 선교사의 생생한 증언이다. 또 자신이 뿌린 씨앗의 열매들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을 통해 22개의 지금까지 신학교를 설립했고 사도 바울처럼 각 학교들을 순회하고 있는 사람. 1997년부터 시작된 중국 신학생 양성 및 제자 훈련 사역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그동안 박탈당했던 마음의 여유를 잠시 누리고 있다.
중국 선교는 1994년 우연한 기회를 얻어 건너가 했던 강의가 계기가 됐다. 2시간 반인가 했더니 중국인들이 화를 냈다.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네 시간을 더했다. 그것도 양이 안찼다. “강의를 들으려고 28시간씩 기차를 타고 왔다”는 것이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 때의 충격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호수가 말라 죽어가는 비단 잉어 두 마리를 꿈에서 보며 더욱 마음은 중국으로 향했다. 마침내 김 선교사는 공단 선교 사역을 접기로 결심했다. 그는 당시 인천 남동공단 기독경영인연합회 지도목사로 있으면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1998년 청도에서 ‘은승신학교’ 1기 신학생들을 가르쳤다. 신학생 훈련 사역은 천진, 심양, 백산, 대련 등으로 계속 확산돼갔다.
“예수님이 무리를 보시고 목자 없는 양 같다고 한탄하시던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선교사는 말했다. 한 번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강의가 끼니를 거르며 밤 11시까지 이어졌고 사흘 동안 진행됐다.
지금은 32개 성에 최소 하나씩 신학교를 세우고 14개 변경 지역과 14개 나라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게 목표다. 중국기독교개혁장로교회 총회장도 지냈다.
비전을 이루려면 중국 신학생들을 가르칠 교수 요원 확보도 관건. 160명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은 20여명 밖에 없어 중국 선교에 뜻이 있는 분들의 관심도 바라고 있다.
“하나님이 할래 안 할래 하실 때 순종했더니 이런 은혜를 누립니다.”
3번이나 체포되고 8번씩 조사받았던 탓에 쫓기는 강박관념 속에 살아가는 고통을 잊은 듯 김 선교사는 웃으며 말했다.
“중국에 갈 때마다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니 어찌보면 소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남편을 보며 이선희 사모가 거들었다.
글을 쓰는 은사도 있는 김 선교사는 존 번역의 천로역정을 바탕으로 신앙생활과 교리를 풀어 설명한 성경공부 교재 ‘새로 보는 천로역정 52계단’을 발간해 관심을 모았다.
“중국 제자들을 믿고 말씀만 열심히 가르치면 훌륭한 제자가 됩니다. 이것저것 감독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어요.”
김 선교사는 열매 맺는 제자 훈련과 선교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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