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김현주 ㅣ 그땐 그랬지
2014-06-20 (금) 12:00:00
딸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가요 제목이다. K-pop에 몰두하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엄마가 옛날에 좋아했던 노래를 듣고는 좋아한다. 그리고 노랫말을 흥얼거린다. “그땐 그랬지”미국생활을 하면서 아이들과의 사이에 강물이 흐르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세대차이, 문화차이,언어차이, 사고의 차이…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강을 건너는 배가 되어주는 건 함께 나누는 대화와 함께 듣는 음악, 함께 보는 영화들이다. 엄마가 살았던 그 시간들은 다시 오지 않고, 엄마가 살았던 그 장소에도 잘 가볼 수 없는 현실이지만, 종종 기억의 조각들을 조금씩 조금씩 밥먹는 아이에게 산책하는 아이에게 풀어 놓는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흥미로워 한다. 아침일찍 체조로 시작했던 학교일정, 한 반에 70명이 넘는 교실, 난로 위에 도시락을 데워먹던 겨울이야기며, 잡곡밥을 조사하는 도시락 검사, 학기말 학예회, 방과 후의 교실청소까지 아이들의 눈은 놀라움에 눈이 동그레진다. 한국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어를 가르치다 내가 다녔던 한국 학교이야기며, 어릴적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급속도로 집중하며, 손을 번쩍번쩍 들고 질문을 한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엄마가,선생님이 살아왔던 시간과 공간을 대신 경험하고, 그 서로간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나 보다.
‘와, 삐삐라고? 셀폰이 없었어?’ 아이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그 시간과 공간들이 사실 나에겐 정말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 생생한 기억인데, 벌써 이십여년이 흘렀다 한다. 옛날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어느새 이렇게 기성세대가 되고 나이가 드나 하는 생각에 문득 가슴이 덜컹하기도 하지만, 지난 기억을 반추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다. 사실 나의 오늘이 이십년 후에는 또다른 옛날이야기가 되어 내 손주들에게 풀어놓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때 그 아이들이 살아갈 또다른 시간과 장소를 상상해보는 것도 즐겁다.
연애시절 남편의 삐삐에 메세지를 남겨 놓던 그 옛날처럼 나의 오늘의 시간들도 메세지로 남겨놓고 싶다.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불확실한 나날인 듯 해도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는 그때처럼, 언젠가 오늘의 내 앞의 시간들도 또 반추하고 있을 것 같다. ‘그땐 그랬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