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최철미 l 긴 터널 끝으로 빛이 보이는
2014-06-02 (월) 12:00:00
아이 학교에 다녀왔다. 교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학교 아동 심리학자 이렇게 세 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만났다. 얼마 전에 지능 검사를 했는데 평균 이상이 나왔다고, 다음 학년부터는 일반 학급으로 배정을 해야겠다고. 남은 학기 동안 일반 학급에서 보내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보자고. 학교를 나오면서 우리 남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당신, 그 동안 참 수고가 많았어요.” 내 나이 마흔, 우리 남편 나이 마흔 다섯에 기도로 얻은 우리 아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자연 유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런 남편 때문에 슬픈 내색도 못하고 가슴만 아팠던 기억. 정말 감사하게 몇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아이를 가졌을 때, 기적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귀하게 기도로 얻은 아이에게 소아 자폐라는 너무나 생소한 진단이 내렸을 때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였었다. 우리 아이는 말이 느렸다. 영어를 쓰는 남편과 한국어를 쓰는 나 사이에서 더구나 남자 애니까 조금 늦나보다 하고 걱정을 안 했었다. 하지만 다니던 병원의 소아과 의사가 아이가 말이 너무 늦는 것 같으니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교육구청에 신청을 하고 두어 달을 기다려 검사를 받아 본 결과였다. “설마, 오진이겠지”하며 주정부 산하 기관과 병원에서 받아 본 진단도 다 엇비슷했다. 자폐 성향을 동반한 소아 발달 장애. 이렇게 해서 유아원부터 시작한 특수 교육은 아이가 4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왔다. 자폐아 치료는 교육청 소관이기 때문에 진단은 내려도 치료는 해 줄 수 없다는 병원과 보험 회사를 상대로 편지를 쓰고 보험 회사를 관장하는 주정부 보험국에 항소를 하고, 그 결정을 기다리고. 지성이면 감천. 주정부 보험국에서 우리 편을 들어주었다.
학교가 끝나면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언어 치료와 작업 치료, 사회성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고, 행동 치료사는 거의 매일 집으로 와서 우리 아이를 가르쳤다. 감사하게도 작업 치료는 재작년에, 행동 치료는 작년에 졸업을 하고, 이제는 언어 치료와 사회성 치료만 받고 있다. 아직도 숙어에 대한 이해와 언어 구사력, 문장 표현력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 걸 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하지만 이제 곧 특수반에서 일반 학급으로 옮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선생님들의 말에 비로소 긴 터널 끝으로 빛이 보이는 듯 한 그런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