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이야기다. 내 앞에는 처음보는, 예쁘장하고 모양내 차려입은 여자가 앉았다. 당시 엘에이에서 어느 사기꾼이 한탕 잘 해 먹은 이야기가 나왔다. 듣고 있던 나는 그 놈 정말 난 놈이네! 한마디 했다. 그러자 여자가 나를똑 바로 쳐다보더니 그게 왜 난 놈이예요? 나쁜 놈이지. 나쁜놈을 난 놈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아요. 하며 절대로용서 할 수 없다는 질책의 눈으로 나를꼬나 보았다. 못숨의 위협마저 느낀 나는 두 손이 두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다시는 나쁜 놈을 난 놈이라 하지 않겠노라, 목숨 걸고 맹세해 구차한 생명을 구한 적이 있다.
세월호의 뒷면에많은 신도를 자살시킨 오대양의 주역이었던 유모 라는 사람이 있다기에 ‘정말 난 놈…’이라는 말이 혀끝 까지 나왔다가 얼른, 어떻게 저렇게 머리 좋으신, 나쁜분이 있을 수 있을까,로 바꿨다. (배움의길에는 끝이 없다.)정말 어쩌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체포를 막는 게 순교라고 순교도 불사하겠다는 피켓들고 시위하는 신도들은 어떤 신심을 갖고 그러는 걸까?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생각해 보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소음이 북소리처럼 요란하다.
돈, 돈, 돈.. 출세, 출세, 출세.. 그리고그 북소리에 허겁지겁 발 맞춰 가는 사람들… 그러다 한참 뒤로 쳐저 지푸라기 잡듯 잡은 게 그런 사교라면? 종교가 빌미 된 사회 문제가 발발할 때 마다 나는 내가 성당에 다니는 게 너무나다행 스럽게 느껴진다. 교회에 다니다이런 저런 문제로 다른 교회를 쇼핑하듯 물색하러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쇼핑에는 젬병인 내가 만약 그 처지에 닥치면 어떻게 사나, 지레 근심 된다.
성령의 불길이 기막히다는 여의도에있는 엄청 큰 교회도 세간의 말들이 많고, 수 십년전 짐 죤스라는 목사는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동네에서 몸 바쳐사역하다 공동체를 만들어 산다고 남미에 단체 이주를 한 후 집단 자살을하고 그 와중에 취재나온 기자와 국회의원을 총 쏘아 죽이고, 텍사스의 웨코라는 동네에서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고..하는 일들이 거론될 때마다 성당이라는 울타리가 내게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중세의 말도 안되는 부패의 역사도 있기는 하지만 대신 그런 부패와싸워 개혁에 몸 바친 수많은 성인 성녀들의 유산도 있다. 그렇다고 성당이 모든 죄악과 오류가 완전 배제된 청정한곳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신부님이 수많은 사업체를 벌리고 그걸 유지하기위해 온갖 곳에 뇌물을 뿌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주교님 곁에 연예인이 사장인 기도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또 추기경이 찍은 사진을 눈 나올 금액을 붙여 신자로 하여금 사게 하는 경우도 본적이 없으며 교황님이 나보고계신 곳의 철책을 둘러싸고 순교도 불사한다는 피켓을 들고 경찰과 대치 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도 없다. 우리 모두청산가리 먹고 죽어야 한다고 쿨에이드를 돌린다면, 나는 무서워 지레 죽지 않을까?이즈음 내가 나가는 성당은 건물을 새로 사서 돈 들어 갈 데가 많다. 신자 쪽에선 건축 기금 때문에 부담되어 못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내가 비록 숫자에는 젬병이긴 하지만 그래도 신교보다는 싸게 먹히는 데가 성당같다. 간혹 나와 궁합이 안맞는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오시기도 하지만그러면 이젠 죽었다 하고 토네도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지하실에서 납짝 엎디어 기다리는 심정으로 지나다 보면또 다른 분이 오시고.. 몇번 그런 과정의 세월을 거치면서 이제는 성당이 임기 끝나면 가시는 신부님이나 수녀님의것이 아니라 진짜 내 집, 내 마당처럼느껴져 온다. 금수원 인지 하는 곳 앞에서 순교도 불사 한다, 라는 핏켓을 들고서 있는 사람들을 뉴스를 통해 보며 나는 내가 천주교 신자인 게 정말 다행이다.
다만 밀에게 튼튼한 울타리는 가라지에게도 안전하다. 무엇이 진정한 신앙이며 진정한 성령의 열매인지, 그리고그것이 진정 내 삶 속에 드러나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공부하고 묵상하며 기도 속에서 식별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
아주 간단한 것, 타인에게 조금 친절하다거나 가게에서 긴 줄을 참고 기다릴 수 있다거나, 교통체증 속에서 악착같이 끼어드는 운전자에게 너그러운마음으로 양보한다거나… 그런 간단한일을 조금씩 실행하면서 내 맘속에 있는 뿌리 깊은 가라지-이기심, 시기심, 사과하기를 면구스럽게 하는 알량한 자존심, 등을 되돌아 본다.
또 비록 한 울타리 안에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실한 마음으로 선을 향해정진하는 타종교인에 대한 예의를 기억하며 존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