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현주 부교감 ㅣ 미국 학교와 한국음식

2014-05-1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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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학교에서 선생님들께 늘 궁금했던 것은 아이와 한국말을 사용하기에 혹시 내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부족한 면은 없을까였다.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는 선생님들 덕에 안심 하긴 했지만, 혹시라도 미국인들이 다 아는 어휘나 지식 면에서 부족하거나 소수민족으로 자신감이 없으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은 계속되었다. 학교에서 같은 마음과 걱정을 가진 한국 엄마들을 만나며, 우리는 한국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기위해 힘을 합쳐 해마다 학교에서 있는 다문화 행사에서 한국부스를 만들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정규과목으로 배우는 세계사 커리큘럼 속에 한국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인해 우려는 한층 더 깊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 엄마의 열정을 발휘하여 선생님들께 한국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우리의 ‘스승의 날’과 같이 미국 학교에서 갖는 ‘스승감사의 주간’에 ‘한국식 점심’을 대접하는 것 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올해로 4년째다. 한국학부모회로 모인 엄마들은 매년 5월이 되면 함께 선생님들을 위한 식사준비를 한다. 올해도 생선전과 산적을 부치고, 잡채재료를 만들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렇게 준비된 점심식사를 더 빛내기 위해 손재주가 좋은 엄마들이 멋진 꽃장식과 테이블 장식으로 ‘학교도서관’을 선생님들을 위한 멋진 연회장소로 만들어 주었다.

80여명의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뷔페식으로 차려진 한국음식을 먹기 위해 도착했다. 올해 새로 부임한 한 선생님은 동료교사에게 한국 엄마들이 차려준다는 점심식사에 대해 1년 내내 들었다고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선생님들은 우리가 대접하는 한국음식들을 잘 안다. 김치도 제법 인기가 있고, 조리법을 물어오는 선생님, 한국음식점을 추천해 달라는 선생님까지 한국음식에 대한 정겨운 대화가 오간다. 한국 음식을 좋아해주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우리 한국 엄마들은 참 뿌듯하고 기뻤다. 아이들을 먹이는 엄마의 임무에서 더 나아가 선생님들을 대접하고 감사를 전하는 것이 한국의 문화라는 것을 미국학교에 전하며, 올해도 엄마로서 미국에서 맞는 스승의 날은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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