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 시각 2030] 윤원정 ㅣ 이상적인 성격

2014-05-1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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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수많은 테스트들이 떠돌아 다닌다. 그 중 특히 내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테스트는 ‘적성 테스트’다.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기준으로 답변자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직업을 추천해준다. 나에게 “맞는” 직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단순히 몇 십개의 문제들로 나의 성격을 파악 한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다. 난 늘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어렸을 때 난 내성적이다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활발하고 적극적인 학생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10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론 늘 “shy”라는 단어가 대부분 사람들의 나에 대한 결론이였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영어를 잘 못해서 적극적이지 못하고 많이 위축되었던 것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미국 사람들 기준에선 나는 열심히 공부는 하지만 조용하고 자기 의견을 내지 않는 학생이였다. 나에 대한 선생님들의 판단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같았다. 점점 내성적인 성격은 단순히 나쁘고 성공하기 위해선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고등학교 freshman때 당시 나와 다르게 내성적이지 않은, 즉 외향적 성격을 가진 학생들이 친구도 더 많고 선생님들과 사이도 더 좋아보였다. 이상하게 억울했다. 나는 친해지면 누구보다도 더 진실된 관계를 만드는 데에 노력을 했고, 그 아이들 보다 공부도 열심히 했으며 학업에 대한 열정도 나름 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편하게 발표나 의견을 내놓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소셜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들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학교 환경에 편해지면서 난조금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또 학생 리더쉽 자리에 앉으며 선생님들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많이 친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내가 내성적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 것은 어느 정도 피해의식도 있었던 것 같고, 늘 외부의 시선에 집착하던 어린 나의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 미국 사회에선, 적어도 내가 속해있는 이 학교라는 작은 단위의 사회에선, 이상적인 성격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 것 같다.

처음보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활발하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들에겐 힘들 수 있는 적극성을 요구한다.

내가 다니던 남부의 작은 사립학교에서 받은 압박감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또 그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버클리에서는 그다지 심하지 않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받은 성적표 밑에 선생님들의 내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추궁의 말투를 생각해보면 학교마다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외향적인 학생에 대한 선호도와 그런 성격의 요구가 미국 학교에선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참 이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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