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신희정 ㅣ 이방인
2014-04-09 (수) 12:00:00
지금은 고등학생인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애리조나에 사시는 시부모님이 방문하셨다.
아직도 애리조나하면 소수 민족이민자들 보다 백인들이 더 많고, 그에 따른 정책도 소수민족에게는 관대하지 않은 정책을 펼치는 줄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 주에 사시는 시부모님의 캘리포니아 방문은 좀 조심스러운 여행이라고 하겠다. 사실 당시에 귀가 좀 어두우셨던 시아버지 한마디 한마디에 혹시 무의식중이라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실까봐 시어머니는 무척 조심 하시는 눈치셨다.
때마침 봄 학기에 학교에서 찍은 반 단체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아이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거의 다 나 같이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라는 것을 알려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겉모습은 그냥 본인들과 다를 바 없는 백인들이였지만 그들도 나처럼 자신의 나라를 떠나 이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 이민자들이였다. 난 시어머니께 사진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아이들의 부모들이 그리스, 헝가리, 보스니아, 프랑스 등등 다들 나와 같은 어딘가에서 온 이방인임을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 시어머니가 사시는 곳하고 많이 다르다는 것에 놀라시는 눈치셨다. 물론 따로 표현을 하신 건 아니었지만 놀라시는 눈치만은 틀림없었다.
이젠 그 그룹의 친구들이 단순히 아이 친구의 부모만이 아닌 이젠 내 친구들이 되서 좋다. 난 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울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도 이해하고 책을 통해서가 아닌 그들의 실제 생활을 통해서 그들의 풍습을 배우고 그들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의 친구엄마가 아닌 이젠 내 친구가 된 이들. 나와 비록 겉모습은 달라도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다. 어딘가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린 주어진 환경을 이해하고 즐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우리가 이곳이 아닌 곳에서 살아야 했다면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까. 내가 그리스나 멕시코에서 온 친구들과 친구 사이하며 10년의 우정을 즐길 수 있었을까”하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와 여기서 새로운 뿌리를 내렸듯이 또 다른 장소에서도 정착하며 살수도 있었겠지만, 이곳에서 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여기가, 그리고 지금이 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