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못된 뇌물문화 뿌리 뽑아야

2014-03-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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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에 건네는 뇌물을 흔히들 ‘급행료’ 혹은 ‘기름칠’로 표현한다. 종종 뇌물이 지체되던 행정절차를 앞당겨 주거나 원활히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거국적인 규제철폐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성장 저해와 부패 등 규제가 초래하는 사회 경제적인 비용이 그냥 방치하기에는 너무 커졌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규제에는 항상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며 그런 관계에는 뇌물이 끼어들 소지가 자연스레 만들어 진다.

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LA 한인타운 일대 건축물 준공 검사 과정에서 한인들로부터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아오다 적발된 전직 주택국 소속 한인 검사관이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이 밝힌 뇌물 액수는 3만달러에 불과하지만 내려진 형은 2년6개월에 달한다. 공무원들의 독직행위는 한층 더 엄하게 다루겠다는 검찰과 재판부의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현실과 현황에 비춰볼 때 공무원에 의한 뇌물 수수보다 더 심각하고 한층 더 우려되는 문제는 뇌물 제공이다. 각종 규제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자영업 종사 비율이 높은데다 “편의를 위해 적당한 뇌물을 건네는 것쯤은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한인들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애틀랜타 북부 도라빌 시에서는 의류 도매상을 하는 한인이 조닝 변경을 부탁하며 시 공무원에게 8,000달러를 건넸다가 공무원 매수혐의로 체포됐다. 이 한인은 성사되면 10만달러를 주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20년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전·현직 이민국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가짜 입국스탬프를 찍은 위조 I-94를 받아내는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영주권을 만들어줘 온 한인변호사가 체포되는 등 잘못된 뇌물문화는 한인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한인사회에서 노인아파트 입주 순번을 앞당기기 위한 뇌물이 오가는 일이 일상사가 된지는 오래다.

뇌물이 당장은 작은 편익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편법과 불법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어리석은 애틀랜타 한인의 경우가 이것을 잘 보여준다. 인·허가 절차가 됐든 각종 검사가 됐든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이 당장은 느린 길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뇌물은 받아서도 줘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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