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신희정 ㅣ 애프터 서비스

2014-03-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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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의 키친 공사를 하고 있다. 그냥 바닥 타일만 바꾸려던 처음의 의도와 달리 키친 전체를 바꿔야 하는 대공사로 확대되었다. 덩달아 공사기간도 길어졌다. 일주일만 고생하면 되겠지 했었는데 벌써 한달을 훌쩍 넘기고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공사를 하다보니 오랫동안 써오던 식기세척기도 새로 설치된 가구에 맞게 이번 기회에 새로 구입하기로 했다. 가전제품 구입 전 사전 시장조사를 마친 후 가전제품 백화점에서 세척기를 구입하면서 내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난 한국에서의 삶과 이곳의 삶을 자주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 가정주부로 산 것이 고작 1년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이곳의 생활과 다른 점을 찾기란 쉽다는 생각이 든다.

난 사실 이곳에 살면서 아직 적응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가전제품 구입할 때이다. 그 놈의 세일즈 텍스가 날 울게 만들고 워런티는 나를 통곡하게 만든다. 결코 싸지도 않은 가전제품을 구입했으면 그만이지 워런티까지 비싼 돈을 내고 사야 한다는 게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또한 따로 돈을 내서 워런티를 구입했으면 그만이지 왜 숨어있는 조항은 그리 많은지…나중에 서비스를 받을 경우에도 내 부담액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난 물론 그 죄 없는 세일즈 맨을 붙들고 한국은 평생 워런티가 무료로 되어있고 전화만 하면 달려와서 무료로 고쳐주는 ‘애프터 서비스’가 얼마나 좋은줄 아느냐고 하소연 내지는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아마도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길 듣는 세일즈 맨은 곤혹스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미국산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진열돼 있는 가전제품들이 한국산임을 보면 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젠 한국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김치만이 아닌 LG, 삼성….이곳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로 많이 인식되어 있다. 제품도 좋은데 애프터 서비스까지 훌륭한 한국이 그리워진다.

오늘도 난 식기세척기를 사면서 만족스러운 ‘애프터 서비스’를 그리워하며 또 비싼 워런티를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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